김해원 '불 길'

예술이 현실과 얼마나 가까워야 좋고, 얼마나 멀어야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노래가 위로가 되고 밥이 되고 술이 되면 좋은 일이지만 그렇지 못한다고 해서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젠트리피케이션] 음반에 담긴 김해원의 ‘불 길’은 처절한 현실을 담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스타일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탐미적인 스타일로 쫓기고 내몰리는 삶의 막막함을 노래한다. 그 슬픔과 막막함조차 너무 아름다워져서 넋을 잃게 된다. 이것이 현실을 뛰어넘는 노래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