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전자음악단(Seoul Electric Band)

눈에 띄는 걸작이 예년보다 많지 않았던 2009년 한국 대중음악 신에서 서울전자음악단의 존재는 단연코 발군이었다. 그들이 노크하기 전까지 음악판의 상황은 전과 유사했다. 미디어와 거대 기획사, 자본의 트라이앵글만이 굳건했을 뿐. 그 카르텔이 잠시 틈을 보인 건 정말 구원과도 같았다. 이들의 [Life Is Strange]가 툭 던져지고, 우리에게 숨 쉴 공간을 열어준 그 찰나 말이다. 한편 앨범을 통해 우리는 발견했다. 사이키델릭과 블루스, 록이 가장 이상적인 지점에서 서로에게 연결고리를 내리는 어떤 순간을. 아마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았을 DNA임이 틀림없을 리더 신윤철의 완벽주의와 앨범중심주의는 고루함과 시대착오라는 양날의 덫을 마치 알면서 피한다는 듯 효과적으로 현세대와 도킹하고 있다. 고전적 사료도 동시대와 교감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모범사례다. 누구의 말처럼 무엇이 좋은 음악임을 규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허나 그들의 작품들은 그 한 사례가 무엇인지를 스스럼없이 보여준다. 바로 [Life Is Strange]가 시연한다. 그들이 주조해낸 음표들을 들으며, 나는 예술정신의 외화가 바로 이 작품이라는 점을 느낀다. 우리시대의 아티스트라고 당당히 호칭할 수 있는 이들에게 올해의 음악인 상이 돌아간다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