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우수 록 - 음반
콩코드 [초음속 여객기]
오늘날 현대적인 음악 어법이 옛 사이키델릭 록의 향수와 미적 감각을 초음속으로 질주한다. 고풍스런 기타 선율이 신중현을 불러내고, 아련하고 먹먹하되 예스런 목소리는 산울림을 소환한다. 짧은 듯 긴 듯 중간 지점의 밴딩(넥을 잡고 줄을 위로 올리는 기술)부터 트레몰로(음이나 화음을 규칙적으로 분할하여 빨리 떨리 듯 되풀이하는 주법), 해머링온(망치질 하듯 프랫을 누르는 주법) 같은 사이키델릭 록 특유의 투박한 느낌을 내는 주법들도 놓치지 않는다. 누구나 삼켜야만 했던 청춘의 슬픔과 아련은 언젠가는 사라지지만, 기억에 정박되고 마는 아름다운 무지개 같은 것. 한국 록과 블루스의 반세기를 음속보다 빠르게 주파하며, 새롭게 여행한 36분 27초의 시간 예술.
선정위원 권익도

최우수 록 - 노래
잠비나이(JAMBINAI) '지워진 곳에서 (Feat. 선우정아)'
선우정아는 지문처럼 남는 비음에도 불구하고 팔색조 보컬리스트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유연하고 폭넓은 장르를 소화하는 음악인이다. 그런 선우정아와 잠비나이가 만났다. 결과적으로 잠비나이는 이전보다 더 어두워졌고, 선우정아는 이전보다 더 처연해졌다. 해금의 금속성 울림과 선우정아 목소리의 떨림이 빚어내는 처연함은 후반부의 스토너록에 가까운 헤비니스로 옮겨갈 때까지도 지속된다. 드럼과 전기기타와 베이스가 만든 굵직한 타격감의 리듬이 무겁고 깊다면, 그 사이를 가르는 거문고를 두드리는 술대의 작지만 단단한 타격음은 하나의 결로 놀래가 고착되기를 거부하는 소리짓이다. 이러한 불안정한 소리의 탐구는 불협화음의 리프 사이로 읊조리듯 소리를 내뱉는 선우정아의 보컬에서도 발견된다. 이 모든 음악 장치는 죽음, 애도를 가로막는 시대, 그에 굴복하지 않으려는 개인의 몸부림이라는 가사의 흐름을 극적으로 그려낸다. 잠비나이만의 음악이 잠비나이만의 음악이라는 굴레를 스스로 깨고 나오며 시대와 호흡하는 법을 보여준 담대한 노래.
선정위원 조일동

최우수 모던록 - 음반
검정치마 [TEEN TROUBLES]
한여름의 매미소리가 귓속을 관통하며 우리는 지금의 우리가 되기 전 그때, 17살로 돌아간다. 99년 펑크와 메탈에 매료된 곱슬머리 소년은 펑크, 드림팝, 슈게이징, 신스팝, 로큰롤 등 그 시절 사랑했던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노스탤지어 속에 만져내 타임캡슐을 꺼내듯 18곡이 담긴 앨범을 발표했다. 검정치마의 음악은 유독 새롭고 낯설었던 때가 많았고, [THIRSTY] 앨범은 한층 무겁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조금 가벼워진 마음가짐의 그가 보낸 ‘99년 과거에서 온 러브레터’이자 대중이 그를 처음 만났던 ‘201’ 앨범의 음악적 충격과 반가움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그의 신랄하고 직절적인 가사는 그의 음악을 통해서만 표현되고 수립될 수 있는 검정치마만의 영역이다. 늘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해왔지만 그의 팬들은 언제나 그의 격렬한 감정의 증폭과 기괴한 슬픔, 터져나가는 형형색색의 독특한 로맨스를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첫 곡 ‘Flying Bobs’부터 18번째 트랙 ‘Our Own Summer’의 시작과 끝으로 이어지는 귀가 터질 듯 울리는 매미의 구애의 소리는 그가 그리워한 유년과 어른이 된 자신을 향한, 그리고 그런 유년을 헤엄쳐온 팬들을 향한 로맨틱한 고백이다.
선정위원 조혜림

최우수 모던록 - 노래
실리카겔(Silica Gel) 'NO PAIN'
한껏 올라간 기타와 비장하게 달려가는 드럼과 베이스는 어쩐지 일을 낼 것만 같은 기세다. 그러더니 이내 불 꺼진 밤거리처럼 잠잠해졌다가 다시 질주하기를 거듭한다. 실리카겔은 짜임새 있게 노래를 설계했으며, 동시에 모든 소리를 뚫고 귀에 박히는 기타 멜로디와 노랫말을 들려주기도 한다. ‘자경단’을 비롯해 ‘이미 죽은 사람 아냐’ 등 몇몇 가사는 노래 밖에서도 생명력을 가지고 사용된다. 록 음악이 다시 유행가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하는 순간이다.
선정위원 신샘이

최우수 메탈&하드코어 - 음반
Madmans Esprit [나는 나를 통해 우리를 보는 너를 통해 나를 본다]
처음 Madmans Esprit가 등장할 때만 해도 그(들)의 음악엔 DSBM(Depressive Suicidal Black Metal)이라는 암울하고 처절한 장르가 전면에 나섰지만 앨범이 발표될수록 음악의 폭은 더 넓어졌다. 이제 하나의 장르보다는 ‘포스트(Post)’나 ‘얼너너티브(Alternative)’가 더 잘 어울리는 고유의 스타일을 완성해냈다. 지금 Madmans Esprit의 음악엔 ‘포스트-블랙 메탈’이나 ‘얼터너티브 메탈’이란 말이 더 잘 어울린다. 한편으론 비주얼계(Visual Kei)로 분류되며 시각적으로도 음악과 연결된 양식미를 완성해냈다. 강렬한 보컬 퍼포먼스와 함께 암울하고 처절한 감정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예술로서의 ‘광기’가 어떤 것인지를 Madmans Esprit는 [나는 나를 통해 우리를 보는 너를 통해 나를 본다]를 보여주고 들려줬다.
선정위원 김학선

최우수 랩&힙합 - 음반
넉살X까데호 [당신께]
밴드와 래퍼의 합작이라는 독특한 포맷 아래, 넉살과 까데호는 서로의 장점을 영리한 방식으로 끌어올린다. [당신께]의 중요한 테마는 즉흥성이다. 펑크, 재즈, 알앤비 등 블랙뮤직의 다양한 장르를 끌어안은 채 그루비하게 넘실거리는 까데호의 연주는 그 자체로 놀랍다. 문학적인 기운을 머금은 가사와 힘을 빼고 박자를 여유롭게 지르밟는 원숙한 퍼포먼스에선 넉살의 진가가 여실히 드러난다. 치열한 세상의 맥을 짚는 가사는 더없이 낭만적이다. 복잡하고 정신없이 굴러가는 와중에 날을 세운 세상에 일침을 날리는 ‘알지도 못하면서’, 치열하게 도심 한복판을 달리는 청춘의 시선을 담아낸 ‘굿모닝 서울’, 쉽지 않은 현실과 싸우는 이들에게 따스한 위로를 전하는 ‘당신께’는 특히 큰 감흥을 만드는 곡들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탁월한 연주와 랩의 무게추가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은 채 조화롭게 어우러졌다는 점이다. 넉살과 까데호는 서로 다른 아티스트의 시너지를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발현해 내는 데 성공했다.
선정위원 이진석

최우수 랩&힙합 - 노래
넉살X까데호 '굿모닝 서울'
전 세계 젊은이가 가장 가보고 싶고, 살고 싶어 하는 도시 중 하나가 된 서울. 그렇다면 과연 한국에 사는 이에게 '서울'은 어떤 도시일까? 굳이 여러 속상한 지표를 끌어오지 않아도, 그 안의 치열함과 불안한 미래를 짊어진 청춘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넉살과 까데호는 ‘굿모닝 서울’에서 이런 부조리한 현실에 대고 일갈하는 대신, 숨 막히는 일상을 사는 청춘을 향한 위로의 몸짓을 조심스레 취한다. 30대 중반의 넉살은 어쭙잖은 충고 대신 자기 경험을 풀어내면서, '종로 이태원 우린 마주쳤을지도 몰라'라고 말을 건네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밴드 까데호의 즉흥적인 기운 가득한 펑키한 연주가 만든 오묘한 무드는 비애, 익살, 애잔함과 위안 등 노래를 들으며 각자가 가질 다양한 감상을 여유롭게 품어 내기도 한다. ‘굿모닝 서울’ 속 잘 짜인 랩과 연주, 그리고 시대와 공간을 조명한 주제가 맞물리며 퍼지는 울림은 대단하다.
선정위원 남성훈

최우수 알앤비&소울 - 음반
A.TRAIN(에이트레인) [PRIVATE PINK]
한 해를 대표하는 최우수 앨범이라면 음악적 완성도를 넘어 다른 작품은 보여주지 못했던 마일스톤을 제시하고 달성해야 한다. 에이트레인의 두 번째 정규앨범 [PRIVATE PINK]는 여러 면에서 한국의 R&B 신에 새로운 도전과 성과를 보여준다. 첫째, 단순 보컬 스타일이나 화성이 아닌 실제 연주와 노래로 구현한 풍성한 화음과 꾸밈, 깊은 의미를 담은 가사를 통해 장르의 정통성을 지켰다. 둘째, 동시에 개인적이고도 보편적이며 유기적인 서사를 담은 노랫말을 음 하나하나에 탁월하게 붙이며 앨범의 모든 곡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위한 이야기임을 또렷이 들리도록 했다. 셋째, 장르를 이탈하지 않고 협업을 통해 타 장르를 끌어안는 형식으로 앨범을 완성하여 기존의 얼터너티브 R&B가 보여주었던 소리의 전형성에서 도망치며 자신만의 비전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 앨범이 더욱 대단한 건 이 모든 걸 회사 하나 없이 온전히 독립적으로 완성했다는 점이다. 장르의 정통성과 동시대성, 그리고 비전을 모두 담은 앨범 [PRIVATE PINK]는 아티스트 개인에게도 한국의 R&B 신에도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선정위원 이수정

최우수 알앤비&소울 - 노래
비비(BIBI) '조또'
‘조또’는 비비의 매력이 집약된 트랙이다. 사랑의 이면에 있는 날 것의 감정을 그대로 전시하는 가사와 비속어도 거침없이 내뱉는 대담함, 장르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운드를 아우를 수 있는 음악적 스펙트럼까지. 절제된 리듬 파트 위로 알앤비 특유의 그루브를 살린 후렴구와 팝적인 접근의 직선적인 브릿지가 자연스레 이어지고, 애드리브와 브라스 연주가 맞물리며 폭발하는 후반부는 짜릿한 청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조또’라는 한 마디는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남성의 속물적이고 비겁한 욕망에 대한 통쾌한 복수다. ‘기다려줄래’에서 ‘돌아가줄래’로 변하는 가사는 잠시 흔들렸던 마음을 다잡은 결연한 의지를 보여준다. 비비가 낮은 목소리로 ‘조또’를 읊조릴 때 그 공기는 아주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선정위원 황두하

최우수 팝 - 음반
이찬혁 [ERROR]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다채로움과 러닝타임 전체를 활용한 서사, 그리고 좋은 선율에서 비롯되는 대중성. 그 삼각기둥이 빚어내는 몰입감이 작품의 미덕이 아닐까 싶다. 가볍지 않은 주제를 어렵지 않게 풀어내며 AKMU로부터 자신의 자아를 분리해 낸 영리한 작품이다. 음악으로서도 훌륭하지만, 진솔하게 건넨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일상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이처럼 음악적 쾌감과 정서적 여운을 겸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우수 팝 음반’으로 추앙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과거의 자신과 이별하는 그 순간, 이토록 눈부신 진화가 탄생했다.
선정위원 황선업

최우수 팝 - 노래
윤하(YOUNHA) '사건의 지평선'
케이팝과 양산형 발라드로 가득 찬 시대, 3분의 시간조차 길게 느껴지는 시대, 음악의 기승전결이 옛말처럼 느껴지는 시대. 이런 시대에 '사건의 지평선'의 대성공은 그것만으로도 사건이었다. 마치 소몰이 발라드의 시대에 윤하가 '비밀번호 486'을 들고 나왔을 때의 데자뷔 같았다. 5분이라는, 지금으로서는 아득히 길게 느껴지는 시간을 기승전결의 서사로 그리고 이 드라마에 딱 맞는 편곡으로 채운다. 윤하는 지난 커리어에서 종종 보여줬던 압도적인 표현력으로 그 시간과 사운드를 끌고 나간다. 본인이 직접 쓴 가사로 음악은 시간의 예술임을 증명했다. 2022년 '사건의 지평선'이 써내려간 많은 이야기들 중 알고리즘, 역주행 같은 단어는 음악의 힘 앞에서 한낱 조연일 뿐이었다. 윤하는 화려하게 음악계의 중심으로 돌아왔고 대중은 오랜만에 서사로 충만한 노래를 얻었다.
선정위원 김작가

최우수 케이팝 - 음반
NewJeans [NewJeans 1st EP 'New Jeans']
좋은 앨범에 대한 평가는 시대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다만 여기에 ‘한 해를 대표하는’이라는 부언이 붙으면 대답은 조금 더 선명해진다. 해당 앨범이 발매된 바로 그 해, 세상은 그 음악으로 얼마나 소란스러웠고 또 어떻게 변했나. NewJeans와 이들의 데뷔 EP는 최근 수년간 케이팝 신에 등장한 그 어떤 존재보다도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킨 익숙한 새로움이었다. 앨범 발매 전 뮤직비디오와 전곡을 함께 공개하는 파격적인 마케팅, 케이팝을 포함한 대중문화라면 누구나 선망할 수밖에 없는 청춘을 향한 지극한 변주, 케이팝이라는 거대한 풀 패키지의 일부로 자꾸만 구석으로 밀려나던 음악을 중심에 둔 프로듀싱. 2022년, 세대를 막론하고 멈추지 않은 지난 세기를 향한 향수까지 든든한 뒷배로 갖춘 이들의 기세를 멈출 자는 아무도 없었다. 더 주목해야 할 건 그 강력한 바람이 몰고 올 앞으로의 변화다. 단 네 곡을 담은 이 한 장의 앨범이 바꿔나갈 케이팝의 지형도가 참을 수 없이 궁금한 게 비단 이 글을 쓰고 있는 사람만은 아닐 것이다.
선정위원 김윤하

최우수 케이팝 - 노래
NewJeans 'Attention'
아이들의 샘플러 장난 같은 인트로부터 그저 말없이 미끄러져가는 후렴까지, ’Attention’에는 한치의 고뇌, 격정, 안간힘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럴 때 이 짓궂고도 다정한 곡의 긴장은 오로지 사랑스러움이 되며, 그것으로 이들은 케이팝의 사랑스러움을 완전히 재정의한다. NewJeans의 히트곡은 달리 많(았)겠지만, 이 곡으로 첫선을 보임으로써 NewJeans는 가장 낯설고 신선한 케이팝으로서 등장했다. 분명 2022년 케이팝의 가장 쿨한 순간 중 하나였다.
선정위원 미묘

최우수 일렉트로닉 - 음반
250 [뽕]
디트로이트 테크노를 해야 깊이 있어 보이고, EDM을 해야 세련될 것만 같은 전자음악 시장 안에서 250은 뽕짝을 들고 왔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길이 아닌, 그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낸 것이다. 옛 추억이 물씬 풍기는 촌스러운 구형 음향이 [뽕] 전반을 지배하지만, 기막힌 박자와 빼어난 구성이 한대 어울리며 압도적 독창성을 자랑한다. 과거의 유산을 계승하여 현대의 소리로 발전시킨 앨범. 전자음악 씬을 넘어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작품이다.
선정위원 이종민

최우수 일렉트로닉 - 노래
250 '뱅버스'
해외 트렌드의 우리화가 주류인 국내 일렉트로닉 음악계에서 한국적인 개성을 파고들어 훌륭한 성취를 보여주었다. 흔히 뽕짝이라 절하당해 온 장르를 서브컬처의 하나로 존중하고 진지하게 탐구하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코믹하게 배배 꼬는 신디사이저와 예스럽게 두구두구 울리는 드럼 등 힙하지 않아 외면당해 온 소리들을 재료로 작년 가장 힙한 음악을 만들어 냈다.
선정위원 이대화

최우수 포크 - 음반
선과영 [밤과낮]
부부 포크 듀오 '선과영'의 정규 1집 [밤과낮]은 '어른들을 위한 포크 음반'이다. 예술교육·바느질 등 생업을 병행하며 세 아이·반려견과 부둥켜 온 삶의 화음으로 빚어냈다. 근사한 '우리식 성인가요'이기도 하다. 뽕짝과 트로트로 대표되는 한국식 성인가요가 아닌 올드팝·어덜트 컨템퍼러리를 자산으로 삼았다. 프로듀서 단편선과 작업한 이후 편곡 등의 부분에서 좀 더 화려해졌다. 이들은 프랑스 고전 영화, 프렌치팝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내레이션(계피가 참여한 '난 그냥 걸었어')이 들어가고, 포크음악이지만 조금 더 다양한 악기 편성들로 여러 향기와 색깔을 내게 된 이유다. 기존엔 기타·피아노·첼로 정도의 편성이었으나 드럼·베이스 같은 리듬 부분이 골고루 추가되면서 11곡의 리듬이 다채로워졌다. 전신 '복태와 한군'으로 2010년 활동을 시작한 이후 진짜 부르고 싶었던 노래를 담은 이번 음반을 12년 만에 내면서 이들에게 '단단한 근거'가 생겼다. 우리 포크 신(scene)이 다양하다는 '단단한 근거'이기도 하다. 그래서 올해의 포크 음반이다. 실린 곡들은 멀게는 2007년, 대부분 2008년과 2010년 사이에 만들어졌다. 그 근거의 뿌리는 오래도록 깊숙이 박혀 있던 것이다. 이들의 디깅 알고리즘은 1970~1980년대 노래, 특히 한국의 전설적인 여성 포크 싱어송라이터 방의경으로 수렴된다고도 한다. 복태의 본명인 '선영'에서 따온 팀명은 시간의 흐르는 방식에 대한 은유다. 선과 영 사이에 과를 붙임으로써 '라인'(Line·선)과 '서클'(Circle·영)이라는 뜻이 만들어졌다. 그건 직선적 흐름과 순환적 흐름의 시간 이야기다. 지난해 우리 음악계의 소중한 음악적 그물을 만든 씨줄과 날줄의 음반이다.
선정위원 이재훈

최우수 포크 - 노래
선과영 '밤과낮'
선과영은 복태와 한군, 두 사람으로 이루어진 듀오다. 복태와 한군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지 1년 후 둘은 가족이 되었고, 시간이 흐르며 세 아이의 부모가 된다. 그 와중에도 복태와 한군이라는 이름으로 10년이 넘게 활동을 했다. 2021년 어느 날, 둘은 프로듀서 단편선을 찾아가 함께 앨범을 만들자는 제안을 한다. 복태와 한군은 선과영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10년 만에 새 앨범이 나온다. 그들의 첫 앨범이었다. 이 몇 문장 안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사연이 있을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렇게 만들어진 앨범이 한국 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음반으로 선정되었다. 그리고, 이 노래는 앨범의 타이틀곡이다. 타이틀곡이여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삶의 고통과 희망이라는 앨범의 정서를 대표하는 곡이다. 특히 "검은 마음 위로 흰 눈 내리고 길을 떠나네"라는 대목에서 매번 마음을 뺐긴다. 새벽을 잃은 무력한 마음이지만 결국 길을 떠나는 심정을 떠올린다. 그 마음으로 앨범을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일상의 소박한 정서를 담아낸 노래가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닿아서 최우수 포크 노래로도 선택을 받았다. 복태와 한군은 이런 결과를 생각했을까. 이럴 때 노래의 운명이란 참으로 극적이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남아서 꾸준히 사랑받을 성숙하고 깊은 노래다.
선정위원 박정용
최우수 재즈 - 보컬 음반
김유진 [한 조각 그리고 전체]
재즈 싱어송라이터 김유진의 아주 도전적인 데뷔 앨범이다. 앨범에서 그녀는 누구나 저마다의 세상을 살지만 그것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각자의 이야기가 결국은 우리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노래한다. 8곡을 노래한 김유진은 전곡을 직접 작사/작곡한 창작곡으로 채우며 단지 보컬리스트가 아니라 싱어송라이터가 되고자 하는 욕심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게다가 각각의 곡들을 한국어와 영어는 물론 독일어와 포르투갈어까지 다양한 언어로 불렀고, 음악적 구조나 악기 편성 등의 여러 측면에서도 구축된 완성보다는 다면적 시도에 방점을 찍었다. 이 모든 것이 이색적이다 못해 파격적이어서 패기 넘치는 신인의 당찬 출사표라 할 만하다. 완성된 보석이기보다는 무궁한 발전의 가능성을 품은 원석에 가까운 앨범이다. 향후 한국 재즈 씬에서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갈지 귀추가 주목되는 신인이 등장했다.
선정위원 정일서

최우수 재즈 - 연주 음반
송영주 [Atmosphere]
사람마다 성격과 개성이 다르듯 뛰어난 뮤지션이라면 응당 제각각의 음악성과 스타일을 지니게 마련이다. 그리고 재즈는 다른 장르 음악보다 그런 퍼스널리티가 더 뚜렷하고 직관적으로 해당 뮤지션의 음악에 반영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 점에서 송영주의 이번 신작은 그간 발표했던 다른 그녀의 작품들보다 더 자신의 내면을 가식 없이 담아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타이틀 곡인 ‘Atmosphere’나 ‘Flowers Fall’, ‘A Wish for Peace’ 에서 볼 수 있듯 오래전부터 그녀의 음악에 자리해온 서정성은 한층 더 가슴에 진솔한 여운을 남기며, ‘Circularity’ 처럼 조곤조곤 이야기하면서도 그 내용에 절로 감화되게 만드는 음악적 스토리와, 이에 호응하는 세 명의 동료들이 함께 엮어내는 긴밀한 앙상블은 압도적인 연주력과 테크닉을 굳이 전면에 드러내지 않아도 표현해낼 수 있는 음악적 영역이 넓고도 다양하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즉흥연주와 작곡 모두 한단계 성숙해짐과 동시에 허세 따윈 찾아볼 수 없는 담백함으로 가득 채워낸, 겸허한 자기 고백 같은 느낌마저 전해주는 작품!
선정위원 김희준

최우수 글로벌 컨템퍼러리 - 음반
정재일 [psalms]
이제 한국대중음악에 없는 장르는 없다. 그동안 정재일은 국내외의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의 음악세계를 확장해왔고, 그가 걷는 걸음을 따라 한국 대중음악의 경계도 넓어졌다. 그가 성경의 시편을 음악으로 바꾼 음반 [psalms]는 옛 기독교의 전통 합창 형식을 바탕으로 한국의 전통 구음과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더해 완성했다. 과거에 머물러 있던 언어를 부활시킨 정재일은 그 장르에 깃든 신성함과 엄숙함을 생생하게 복원해 5·18 광주민중항쟁을 마주한다. 암울하고 비장하며 숭고해 아름다운 음악은 현재까지 이어지는 역사의 무게와 고통을 무겁게 되살려 기록하고 계승하고 질문한다. 음악으로 역사를 말하는 다른 방식을 열었으며, 음악이 역사를 살아내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가깝게 다가설 수 있는지 보여주는 치열한 음반이다. 역사의 손을 잡고 빛나는 영혼이 된 사람들의 폐허까지 껴안는 음악이다. 역사에 답하는 한국대중음악의 오늘이다
선정위원 서정민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