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수 록-음반
Wah Wah Wah, 놀이도감 [UBUBU]
굳이 열거하지 않아도 될 계보와 실력을 지닌 밴드 Wah Wah Wah와 놀이도감의 협업으로 완성된 작품이다. [UBUBU]가 지닌 매력은 록의 여러 갈래를 포용하는 보컬과 생각지 못한 맥으로 감탄을 쏟아내게 만드는 곡의 기교, 그리고 플루트와 기타, 신시사이저를 중심으로 변화무쌍하게 흐르는 사운드의 유동적인 울림에 있다. 장르적으로 록의 기본적인 틀에 사이키델릭과 개러지, 재즈, 아방가르드를 버무린 파격적인 조화는 특히 인상적이다. 이는 한국 록의 새로운 동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는 9분대의 ‘Uncertainty’에서 여실히 전달된다.
음반 공개 이전부터 여러 공연에서 소개되었던 Wah Wah Wah와 놀이도감의 음악은 앨범에 담긴 다채로운 내용들처럼 ‘알 수 없는 축제(Unknown Fest)’라는 타이틀로 앨범의 출발을 알린다. 라이브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던 ‘Bucket Brigade’는 불을 끄기 위해 물을 나르는 행렬을 뜻한다. 두 밴드의 협업을 통한 결과물로 완성된 이 음반의 가치를 지닌 참신한 제목이 아닐 수 없다. Wah Wah Wah와 놀이도감이 채택한 앨범의 타이틀 역시 인상적이다. 함묵(緘默)의 의미를 지닌 동아프리카 반투어족의 언어인 ‘Ububu’를 뜻하는 앨범 제목은 자신들의 음악으로 잠잠하게 소통하겠다는 자신감의 고백이다.
2020년대 이후 한국대중음악은 실력파 뮤지션들의 번뜩이는 시도로 눈부신 전개를 이어 나오고 있다. 또한 다양한 장르를 뒤섞은 음악을 구사하는 밴드와 다채로운 협업의 결과물들은 향후 KPOP의 흥행에 맞먹을만한 기대와 환영을 이끈다. 그런 면에서 2025년 올해의 록음반으로 선정된 [UBUBU]는 한국대중음악의 다음 단계에 분명한 역할을 담당해낸 작품이다.
선정위원 고종석
최우수 얼터너티브 록-음반
신인류 [빛나는 스트라이크]
마치 정교하게 설계된 건축물을 바라보는 것 같다. 단 엘비스 코스텔로의 말처럼 그 앞에서 춤만 춰서는 안 된다. 문을 열고 들어가 견고한 골조와 세밀한 장식을 낱낱이 훑어야 비로소 음반의 진가가 드러날 테니까. 웅장한 인트로로 밀도 높게 공기를 채울 때쯤 분위기는 급변하고, 이어지는 ‘리턴 투 피크닉’의 산뜻한 전환은 음반이 하나의 작품임을 초반부터 각인한다. 즉, 철저한 의도 아래 배치한 덕에 듣는 이를 끝까지 놓치지 않는 힘이 센 앨범이다.
사운드의 질감은 매끄럽고 단단하다. 그러면서도 다채롭고, 리듬 패턴은 매 순간 변주를 통해 감각을 자극한다. 무거우면서도 날래고, 웅장하면서도 가볍다. 비극인가 싶다가도 희망가를 노래하고, 상대를 향한 격려를 잊지 않는다. ‘이상하고 아름다운’이 대표적이다. 행진곡풍의 당당한 전개가 듣는 이를 고조하는 와중에 날카로우면서도 서정적인 일렉트릭 기타가 복층 연주를 통해 마음 한 구석을 스윽 파고든다. 음반의 첫 번째 절정이다.
기억해야 한다. 신인류는 낭만주의나 낙관을 무작정 노래하는 밴드가 아니다. 바꿔 말해 슬픔과 기쁨이 한데 섞인 그들만의 정서에 주목해야 한다. 그들은 무너진 일상에서도 찬란한 순간을 약속한다. 현실의 비루함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 너머에 존재하는 아름다움을 함께 응시하자고 손을 건넨다. 그리하여 제각기 다른 색을 내뿜으면서도 '빛나는 스트라이크'라는 주제를 향해 더불어 질주한다. 때로는 숨 가쁘게 치열하고, 때로는 눈부시게 평화롭다.
이를 통해 신인류는 듣는 이에게 단순한 위로 이상의 해방감을 선사한다. <빛나는 스트라이크>가 수상작으로 선정된 가장 큰 바탕일 것이다.
선정위원 배순탁
최우수 랩&힙합 – 음반
식케이 (Sik-K), Lil Moshpit [K-FLIP+]
샘플링은 힙합의 근원과도 같은 작법이지만, 한국에서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로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K-FLIP+]의 성취는 여기서 시작된다. 상이한 장르와 시대의 가요를 샘플링해서 이를 가장 트렌디한 메인스트림 힙합 사운드로 탈바꿈시킨 릴 모쉬핏(Lil Moshpit)의 기획과 감각은 그야말로 놀랍다. 실리카겔(Silica Gel)의 “Desert Eagle” 후주에 웅장한 신시사이저를 더해 레이지(Rage)로 확장되는 “K-FLIP”과 칵스(THE KOXX)의 “zeitgeist”에서 전자 기타 리프를 따와 808 드럼과 베이스를 더해 강렬한 레이지 사운드를 완성한 “Public Enemy”는 샘플링의 활용이 인상적인 곡들이다. 특히, 세 사람이 각자 다른 색깔의 랩으로 집중력을 잃지 않는 “Public Enemy”는 앨범의 백미다. 특정 인물들을 향한 디스 등으로 강한 에너지를 분출하는 식케이(Sik-K)의 존재감도 흥미롭다. 장르의 기초를 2025년 한국에서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재창조한 작품이다.
선정위원 황두하
최우수 알앤비&소울-음반
윤다혜 [개미의 왕]
[개미의 왕]은 알앤비라는 장르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며 익숙한 사운드를 낯설게 전달한다. “신 시티”, “Funeral Freestyle”, “귀 있는 자” 같은 곡들은 앨범의 사운드를 대표하는 곡들이다. 과감한 신시사이저의 사용과 비선형적인 사운드 구성은 그 자체로 기승전결을 만든다. 전형적인 구성을 벗어난 멜로디 진행은 음악과 감정에 맞춰 자연스레 흘러간다. 저음을 탄탄하게 뽑아내고 고음에 이르러 진성과 가성을 자연스레 오가는 풍성한 보컬은 중독적인 멜로디 라인과 어우러져 금세 집중하게 만든다.
욕망과 죄악, 외로움 속에서 고뇌하지만, 결국엔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인간의 내면을 묘사한 가사는 상이한 단어의 조합과 은유로 가득해서 듣는 이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 [개미의 왕]이 놀라운 건, 음악과 주제 모두 다 온전히 윤다혜만의 것으로 가득하다는 점이다. 그는 첫 정규 앨범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펼쳐 보였다. 2025년 가장 짜릿한 음악적 경험이다.
선정위원 황두하
최우수 팝-음반
이찬혁 [EROS]
하나의 콘셉트를 뚝심 있게 끌고 가 의도를 관철한 앨범은 언제나 환영받아 왔다. 여기에 하나 더, 그 콘셉트가 해당 앨범을 만든 이의 자아와 하나인 것처럼 공명할 때 사람들의 귀와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쉽게 열렸다. 녹음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산업의 형태도 시시각각 바뀌어 왔지만, 음악을 앨범 단위로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런 습성은 지금도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이찬혁의 두 번째 정규 앨범 [EROS]는 전작 [ERROR]를 통해 생과 사의 경계에서 정교하게 꾸며진 한 판 굿을 벌인 이찬혁이 마침내 자기 내면과 정면으로 마주 보는 새로운 스테이지다. 내 안의 오랜 미숙함과 결핍, 세상 모두가 손가락질해도 느끼는 대로 표현하고픈 욕망과 고집, ‘내일이면 인류가 잃어버릴’ 거라 냉소적으로 반응하다가도 결국 영원한 짝 이브를 찾아 헤매는 치기와 모순. 여기에 프린스, 퀸시 존스를 위시한 80년대 낭만적 팝의 르네상스, 이찬혁이 타고난 종교적 배경과 대중 감각이 더해지며 어디도 아닌 오직 이곳만 만날 수 있는 음악적 경험이 완성되었다. 무엇보다 이 모두를 아우르는 것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빛과 사랑’이라는 점에 깊이 공감한다. ‘오글거린다’라는 말을 조롱 또는 감정 회피의 수단으로 쓰는 모든 이들의 집마다 한 장씩 놓아두고 싶다.
선정위원 김윤하
최우수 케이팝-음반
제니 (JENNIE) [Ruby]
[Ruby]는 제니의 성공적인 홀로서기를 증명한 앨범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팬덤을 가진 케이팝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이자 케이팝을 상징하는 아티스트 제니는 [Ruby]를 통해 그 타이틀을 만들어 준 YG 엔터테인먼트의 품을 벗어나 솔로 아티스트로 우뚝 섰다. [Ruby]에서 YG의 색이나 기존 케이팝의 관성 따위는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이 앨범은 그야말로 ‘제니’로 가득 찬 앨범으로 미친듯이 ‘JENNIE’를 외치며 제니 개인의 심연 깊숙이 들어가버린 용감한 창작물이다. 기존 블랙핑크 스타일에 머물지 않고 제니에게 집중한 이 앨범은 기존 케이팝의 트렌드를 따르지 않았기에 오히려 음악적으로 더 트렌디하고 신선하게 들린다. 이것은 지금의 케이팝 업계가 ‘K-Pop’에서 ‘K’를 떼려고 하는 움직임을 실체화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그야말로 팝스타의 위상에 어울리는 웰메이드 앨범.
선정위원 권석정
최우수 일렉트로닉-음반
KIRARA (키라라) [키라라]
2017년 시상대에 처음 오른 이후 한국대중음악상에 여섯 차례, 여덟 개 부문에 걸쳐 후보에 오른 경력은 키라라의 음악이 현 전자음악 신에서 어떤 신뢰를 축적하고 증명해왔는지 보여준다. 그는 이번 5집에서 마치 데뷔 음반처럼 셀프 타이틀을 내세운 채 (자신의 코멘터리에 밝혔듯) 스스로 지향하는 ‘블랙 코미디’ 가운데 ‘코미디’에 방점을 찍으며 즐거움의 합목적지로서 음악을 호출했다. ‘예쁘고, 강하며, 사람들을 춤을 추게 하는’, 여전히 멜로디컬하고 댄서블하면서도 배음 풍부한 사운드가 다채로운 피처링, 아이디어와 어우러지며, 그 중심에는 음악을 사랑하는 태도와 그것을 함께 나누려는 의식이 선명하게 자리한다. 장르와 세대를 초월한 협업으로서 단순한 조합과 콘셉트 너머 자기 개성과 음악성을 이어가면서도, 내적 자화상과 외적 경험을 생동감 있고 설득력 있는 연대로 묶어냈다. 2025년 한국 일렉트로닉이 감상과 춤, 감각과 감정 그리고 사람 사이의 연결을 동시에 사유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이다.
선정위원 정병욱
최우수 재즈-보컬 음반
말로 [MALO LIVE AT MUDDY]
재즈는 반복을 거부한다. 장르적 관습화와 기술 복제의 위협 속에서 재즈를 재즈이게 해준 것은 언제나 즉흥성과 현재성이었다. 지금 여기에서 피어났다 사라지는 단 한 번의 실존적 투쟁. [MALO LIVE AT MUDDY]는 그 본질을 향한 적극적인 실천으로 압도적인 해방감을 선사한 걸작이다. 데뷔 30년을 앞둔 재즈 보컬리스트의 첫 라이브 음반이자, 한국 음악사에서 드문 클럽 실황 녹음이란 점만으로도 독보적 가치를 지니지만, 우리를 전율케 한 것은 그 창의적 표현과 팽팽한 에너지다. 특히 아티스트만의 날카로운 기준으로 선별된 셋리스트와, 그 자체로 하나의 완벽한 악기가 되어 곡의 도처에서 터져 나오는 유려한 스캣은 이 음반의 백미다. 말로 밴드의 밀도 높은 인터플레이와 피아노줄의 긴장까지 포착한 녹음 또한 경이롭다. 무한 생성형 음악의 범람 속에서 재즈 본연의 가치를 되묻게 해준 이 뜨거운 이틀간의 기록에 깊은 경의를 보낸다.
선정위원 김민주
최우수 글로벌 컨템퍼러리 - 음반
Gray by Silver [Time of Tree (나무의 시간)]
그레이바이실버는 자연을 ‘시스템’과 연동한다. 자연이 가진 뜻처럼 스스로 그러한 존재가 각자의 본능과 의지로 움직이는데, 그 움직임의 교차가 여러 겹의 우연과 필연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의 피상과 추상을 경계하기 위해 자연과 닿는 면을 넓히며 이번 앨범을 만들었다. 그레이바이실버는 ‘자연스러움’과 자연의 차이를 알고 있다. 불문학자 황현산의 말처럼 자연스러움은 자연이 아니라 일종의 습관이다. 그렇기에 그레이바이실버가 이번 앨범에서 담아내고자 한 것은 관습적인 자연스러움이 아니라 최대한의 자연이다. 태안의 습지, 매미 울음소리, 붉은머리오목눈이와 뻐꾸기, 그리고 아이들의 언어. 나무는 자연에 대한 은유이고, 시간은 자연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1시간 25분가량의 이 기록은 자연의 헤아릴 수 없이 긴 시간을 미분하여 만들어낸 귀한 결정 結晶이다.
선정위원 조원용
최우수 록-노래
이승윤 'PunKanon'
음악가 이승윤은 곧고 단단해왔다. 'Punkanon'은 음악을 대하는 그의 마음가짐 같은 노래다. 파헬벨의 '캐논'을 완전한 본보기로 세워두고, 스스로 이룰 완벽함을 찾아가는 여정을 노래했다. 답을 갈구해 온 치열한 강박은 결국 자기 방식대로 망가뜨려 새로운 정답을 만들어냈다. 완벽함에 짓눌리기보다 그 틀을 부수고 즐기겠다는 의지로 스스로를 멋지게 탈바꿈시킨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 'Punkanon'은 듣는 이의 피를 끓게 하는 뜨거운 희열을 안겨준다. 음악을 향한 건강한 저항은 밝은 기운으로 번졌고, 이제 한국 록 음악의 시선은 온통 그에게 쏠려있다. 록이라는 커다란 궤도를 이탈하던 이들을 다시 불러 모아 제자리에 세운, 이 시대가 기다려온 록스타다. 이승윤은 기어이 해낼 사람이다. ‘될 놈은 무엇을 해도 된다’는 그 투박한 진리를 매 순간 무대 위에서 증명하고 있다.
선정위원 신현태
최우수 팝-노래
이찬혁 '멸종위기사랑'
복고적인 감성의 신디사이저 음색, 가볍고 경쾌한 리듬, 가스펠/소울 느낌의 풍성한 코러스,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를 가진 이 곡은 전주부터 바로 듣는 이들의 귀를 잡아 끄는 매력적인 곡이다. 그런데 밝고 흥겨운 분위기의 곡 위에 얹혀진 가사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한다. 여전히 많은 대중음악이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와중에 그 사랑이 ‘멸종위기’에 처했다면 대중음악도 멸종위기에 처할테니, 어쩌면 이는 앞으로의 대중음악 존재 이유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될 수도 하다. 그러나 가사 속 “사랑의 종말론”의 마치 “사랑해 정말로”로 들리는 것처럼, 이찬혁은 블랙유머로 느껴지는 노래와 가사 속에서도 정말로 사랑이 멸종될 것이라고 믿지는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는 이 노래를 들으며 공감하지만 여전히 사랑의 가치를 믿고 싶은 우리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2025년의 우리를 대표하는 노래로 손색 없는 작품이다.
선정위원 이규탁
최우수 케이팝-노래
제니 (JENNIE) 'like JENNIE'
‘like JENNIE’는 단순한 자기애의 나열이 아니다. 이는 자신이 아닌 것과는 결코 타협하지 않겠다는 아티스트의 태도다. 셰익스피어의 로잘린드가 그랬듯, 제니는 이 곡을 통해 여성에게 부여된 수동성을 넘어선다. 바일리 펑크와 퐁크가 결합된 금속성 비트 위에서 “잘난 게 죄니 (Yes I'm guilty)”라고 묻는 순간은 오만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이 도달해야 할 본질의 근삿값을 마침내 찾아낸 자의 안도감에 가깝다. ‘제니’가 ‘제니’와 완벽하게 일치하는 순간을 포착했다는 점에서, 이 곡은 하나의 실존적 서사다.
선정위원 이재훈
최우수 일렉트로닉-노래
MELKI 'BODY BREAK'
‘BODY BREAK’의 기이한 위화감은 이 노래가 댄스 음악으로부터 출발해 춤을 벗어난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디컨스트럭티드 클럽이란 장르를 아는 사람에게는 익숙한 파열음들이 두꺼운 비트 위에서 귀를 스치지만, MELKI가 그 재료들을 배치하는 방식은 춤을 유도하는 격렬함을 향하는 대신 카드로 만들어진 탑의 모양새를 띤다. 거듭해서 허물어지는, 댄스 플로어 위의 환희가 아닌 클럽 앞 거리에서 느껴지는 혼란과 피로감에 더 맞닿아 있는 전개. 그건 춤보다는 차라리 ‘몸짓’을 위한 음악처럼 들린다. 세계와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잔혹함. 그 불안한 잔혹 전시 앞에서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신체의 경련. 그 불안한 몸짓을 한번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BODY BREAK’가 표현하고자 하는 몸의 파열에 공명할 것이다. 어두운 세계 속의 불안을 직시하는 조각난 전자음이 지금 여기에 담겨 있다.
선정위원 정구원
최우수 랩&힙합-노래
식케이 (Sik-K), Lil Moshpit 'LOV3 (Feat. Bryan Chase, Okasian)'
샘플링이란 작법 자체는 새롭지 않지만, ‘LOV3’는 샘플링을 통해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어떤 방면으로든 익숙함과 새로움이 고르게 공존하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노래는 에픽하이의 ‘Love Love Love’를 활용함으로써 친근한 향수를 전하고, 누군가에겐 낯설고도 생경하다. 이처럼 필연적이고도 단순한 ‘시차에 따른 감각의 공존’이 있다면 식케이와 릴 모쉬핏은 더 나아가 사운드와 가사에서도 모순된 감각을 들려준다. 은근하게 감도는 멜로디와 팝 스타일의 감성을 통해 곡의 원형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한편, 레이지를 기반한 사운드는 톡톡 튀는 현란함으로 청자를 매료시킨다. 사랑과 상실을 다룬 가사 역시 체념과 긍정을 덧입혀 허슬의 메시지까지 전하기에 노래는 또다시 현실적이고도 이상적이란 모순을 보여준다. 밀도 높은 훅과 여유 있는 플로우, 궁극적으로 프로듀싱이 빛난 곡은 샘플링의 세련된 독창성이란 좋은 사례를 남겼다.
선정위원 이아림
최우수 알앤비&소울-노래
추다혜차지스 '허쎄'
무속은 본래 공동체를 하나로 모으는 신앙이자, 굿과 무가를 통해 집단적 황홀경과 치유를 이끌어내는 예술이었다. 추다혜차지스의 ‘허쎄’는 이러한 무속의 기능을 오늘의 음악 언어로 되살린 곡으로, 제주 무가 푸다시에 모티브를 두고 미국 브롱스에서 탄생한 힙합의 요소를 결합한다. 마을 일원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 잡귀를 쫓아내고자 불리던 푸다시와, 제도와 정책에서 소외된 커뮤니티의 현실에 응답해온 힙합은 모두 공동체의 필요에서 비롯된 음악이라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교차한다. ‘허허 허쎄’라는 반복되는 구호는 무가와 리듬 앤 블루스, 소울, 그리고 힙합에 공통으로 흐르는 공동체적 영성을 호출하고, 빠른 리듬과 복합적인 사운드는 장르와 동서양, 현실과 영적 영역의 경계를 흐트러뜨린다. 이러한 방식은 샤머니즘을 과거의 전통으로 재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참여와 몰입의 예술로 현재화한다는 점에서 백남준이 작품을 통해 보여준 사유와도 맞닿아 있다. 이처럼 ‘허쎄’는 음악이 여전히 사람과 사람, 문명과 문명을 가로막아온 간극을 다시 잇고, 연결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동시대의 굿으로 남을 올해의 노래다.
선정위원 최승인
최우수 포크-노래
권나무 '그렇게, 나도 모르게'
순박한 기타와 목소리, 그뿐이다. 무심코 듣다가 ‘내 집을 찾아 부동산에 갔다 복권을 샀네 나도 모르게’라는 대목에서 피식 웃음이 나온다면 그것이 노래가 가진 힘이고 노래가 주는 위로다. 나도 그랬으니까 하는. 소소한 일상이 노래가 되는 경우는 흔하지만 이만큼 정직한 노래는 드물다. 딱히 특별한 일이 없어도 습관적으로 쓰던 일기장 속의 어느 날 같은 노래가 바로 그것이 우리네 삶이라는 사실을 담담히 일깨운다. 평범함과 솔직함이 주는 궁극적 위로, 권나무의 노래는 항상 그랬지만 ‘그렇게, 나도 모르게’에서 그 정점에 이르렀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의도했든 아니든 이보다 멋진 응원가가 있을까?
선정위원 정일서
최우수 포크-음반
권나무 [삶의 향기]
권나무의 음악은 그간 꾸준히 일상의 감정과 밀접한 가사를 그만의 색으로 표현해왔다. 그러나 지난 3장의 앨범 사이의 간극과 이번 앨범이 나오기까지 6년의 시간의 간극은 꽤 컸다. 그래서 아티스트 본인이 그 긴 시간동안 겪은 생활의 변화 속 사색의 경험이 이번 음반에는 더욱 깊게 녹아들었다. 사운드 면에서 점진적으로 스케일을 키워왔던 그가 이젠 다시 미니멀한 편곡으로 돌아갔음에도 목소리와 메시지의 울림을 더 선명하게 키워냈기에, 함께하는 악기들의 소리마저 더 따뜻하고 선명하게 들린다. ‘삶의 향기’는 항상 상쾌하고 좋을 수만은 없음을 우리는 잘 알기에, 그 감정적 성찰을 포크라는 음악 언어로 담담하게 표현하는 그의 내공이 더 성장했음을 보여준 이 앨범은 2025년 한국 포크를 대표할 걸작으로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선정위원 김성환
최우수 헤비니스-음반
baan [neumann]
[neumann]은 두말할 것 없이 치열한 앨범이다. 격렬하게 끓어오르는 기타와 드럼, 목소리는 성난 파도처럼 듣는 이를 덮치고, 메탈과 하드코어 펑크의 풍성한 유산이 느껴지는 구조는 baan을 이루는 네 명의 음악가들이 곡을 자아내는 데 있어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이 앨범이 정말로 놀라운 이유는, 이러한 치열함이 단순한 분투의 전시에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 즐거운 과정이라는 것을 청자에게 납득시키기 때문이다. ‘Early Bird Dies Fast’에서 그저 장엄할 줄 알았던 두툼한 리프가 별안간 상쾌한 소나기 같은 소리의 난장으로 전환될 때, ‘Reversal of a Man’에서 광인의 설법 같은 내레이션을 찢고 기타 노이즈가 쏟아질 때, ‘Oldman 헌사람’의 문을 열었던 지친 합창이 서서히 밝아오는 새벽 같은 음의 홍수 속에 파묻힐 때…. 나는 이들이 이런 인상적인 순간들을 만들 때 즐거웠으리라는 걸 확신한다. 헤비니스의 쾌감을 충실하게 따르면서, 또는 그런 안전함이 재미없을 때 이탈하기도 하면서 누리는 즐거움이, 긴 고민과 치밀한 연행 끝에 다다를 수 있는 즐거움이 여기에 있다. 고통스러울 정도로 치열해 보이기만 한 음악과 그저 즐거우면 됐을 뿐인 음악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baan은 장르에 대한 깊은 이해와 거기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발상을 바탕으로 치열함과 즐거움이란 두 지향점이 하나의 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선정위원 정구원
최우수 재즈-연주 음반
임미정 (Mijung Lim) [Impromptu]
피아노 트리오와 트럼펫⟨플루겔혼⟩이 만나 황홀경을 그려냈다. 어느덧 데뷔 20년을 훌쩍 넘어선 재즈 피아니스트 임미정이 유학 시절 자신의 음악적 토대를 만든 뉴욕으로 돌아가 완성한 음반이다. 앨범의 제목이자 두 개의 트랙을 구성하는 즉흥연주에서 시작해 스윙과 밥, 발라드까지 8개의 창작곡이 저마다 재즈가 머금을 수 있는 여러 매력으로 반짝이는데, 그중에 한국적 요소를 더한 ‘Sarangha⟨사랑가⟩’는 덤을 넘어 화룡점정이다. 재즈의 본질인 즉흥성을 놓치지 않으면서 동시에 구조적 굳건함까지 세운 완성도가 돋보인다. 연주력과 창작력 모두에서 지난 한 해 경쟁자를 찾기 어려웠을 만큼 단연 빼어난 음반이다.
선정위원 정일서
최우수 얼터너티브 록 - 노래
우희준 '넓은 집'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작은 몸 하나 묻힐 곳은 있다고 믿었던 톨스토이가 오늘날 대한민국 서울에 도착한다면 혀를 내두를 테다. 평생 벌어 갚을지 장담할 수 없는 빚을 지고 들어선 좁은 방은 그 무엇으로부터도 안전하지 않다. 관음, 침입, 위협이 도사리는 작은 방에서 소박한 꿈을 이루고자 오늘도 수많은 청춘이 불안과 한 몸이 되어 자신을 포기하며 살아간다. 폭력과 폭력에 얻어맞아 가며 좁은 방에서 숨을 돌리는 몸뚱아리마저 내어놓는다. 자본주의의 과격한 질서를 하늘이 내린 운명처럼 체념하며 살아간다. 넓은 집에 살고 싶지 않다는 우희준의 불협화음은 처절한 절규다. 진솔하다는 표현조차 홍보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음악 ‘비즈니스’의 대세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인디펜던트의 상징이다. 10년 전 이랑은 ‘한국에서 태어나 산다는 데 어떤 의미를 두고 계시나요’라는 ‘신의 놀이’로 거머쥔 한국대중음악상 트로피를 경매에 부쳐 50만 원을 벌어갔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우희준의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우리 가슴속에 시커멓게 쌓인 사연들이 보이지 않습니까, 보기 싫습니까?’
선정위원 김도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