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음반
추다혜차지스 [소수민족]
한국대중음악상과 이 시대는 왜 아직도 '음반'을 호명하는가. '소수민족'이라는 제목처럼 이제 어쩌면 소수의 미학, 지향일지 모르는 가치를 두고 이 음반은 자기만의 답을 내놓는다. 앞서 1집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가 증명한 것처럼 [소수민족] 역시 40분 남짓의 러닝타임 안에 '무가'라는 생소한 음악, 예술 양식을 전통 장식이 아닌 오늘의 언어와 스타일로 되살렸다. 전작의 구성에 트럼펫, 색소폰이 추가된 중반부 트랙의 편성은, 리듬의 골격을 넓히되 추다혜차지스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개성으로써 보컬의 매력과 기묘한 분위기를 더 또렷하게 비추고, 라이브를 중시한 녹음으로 정교한 밀도와 에너제틱한 현장성이 균형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첫 곡 ‘작두’가 접신 구조를 호출하는 서문이라면, '허쎄'는 두터운 펑키 베이스와 날 선 기타 리프, 올드 힙합의 리듬 위에 제주 무가의 어법을 배치해 보컬 파트의 긴장을 현대 그루브로 치환한 댄스 트랙이다. '부귀덩덩'은 덥과 루츠 레게의 리듬감, 관악 사운드에 전통 축원의 기능 및 뽕기를 덧대 이를 구수한 우리네 흥으로 재구성하기도 한다. 한국대중음악상이 몇 가지 정형화 된 장르 부문에 따라 후보를 선정하고 시상하는 건 어디까지나 필요와 편의에 의한 것이다. 좋은 음악과 예술은 장르와 경계를 초월함을 이 음반이 다시 상기하게 한다. [소수민족]이 은유하는 '소수'는 분류를 거부하는 존재의 방식이다. 뚜렷한 개성을 불투명한 정체성의 음악성과 프로덕션으로 현재화한 이 설계는 우리 음악의 외연을 넘어 글로벌 대중음악의 문법 자체를 확장한 성취이며, 동시대 우리 대중음악이 도달한 자랑스러운 기준이다.
선정위원 정병욱
올해의 노래
이찬혁 '멸종위기사랑'
‘천재’. 우리는 늘 그를 이렇게 불러왔다. 그러나 그 타이틀은 왕관의 무게처럼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내야만 하는 숙제와도 같았다. 그러나 그 부담 속에서도 그가 끝내 놓지 않은 것이 있다. 그의 작업에는 언제나 ‘사랑’이라는 단어가 자리한다. 그의 노래 속 사랑은 가벼운 낭만적 감정의 분출이 아니라, 가장 낯선 방식으로 상대를 관찰하고 거리를 두며 끝없이 질문을 던지는 탐구에 가깝다. 그에게 사랑은 히트곡의 콘셉트가 아닌 하나의 서사이자 사고의 구조다. 정규 2집 ‘EROS’는 그가 사랑을 얼마나 집요하게 탐구해왔는지를 보여주는 결과이자, 멈추지 않는 질문과 사유의 집합이다. 타이틀곡 ‘멸종위기사랑’은 인간의 불완전한 사랑을 더욱 서정적으로 풀어낸 곡으로, 상실과 연대의 메시지를 짙게 담아낸 천재적 수작이다. 그는 이 곡을 통해 자신에게 씌워진 무게를 딛고 다시 한 번 자신의 위치를 증명한다. 어느 때보다 사랑이 빠르게 사라져가는 시대. 불안과 연대를 포착한 그의 메시지는 ‘올해의 노래’가 되어 사람들의 마음속 깊이 스며들었다.
선정위원 조혜림
올해의 음악인
한로로
우리는 흔히 청춘을 금빛의 수사로 치장하려 들지만, 한로로의 노래는 그 화려한 표면 아래 무너진 집의 잔해를 직시하는 리얼리스트의 응시에서 출발한다. 인디와 메이저 사이의 가교가 끊겨버린 이 고립의 시대에, 그녀가 일궈낸 궤적은 멸종된 줄 알았던 동 세대의 울음을 복원해 내는 절실한 '보수공사'다. 무너진 폐허 위에서도 끝내 서로를 놓지 않겠다는 윤리적 태도는, 맹목적인 희망이 아닌 상처의 깊이를 아는 자만이 찍을 수 있는 성숙한 낙관(樂觀)의 낙관(落款)이다. 그리하여 한로로라는 현상은 단순한 스타의 등장을 넘어, 파편화된 개인들을 '우리'라는 수평적 연대로 묶어내는 새로운 길(路)의 서막이 된다. 기성세대의 문법으로는 번역되지 않는 이 뜨거운 포옹은, 이제 우리 시대가 목격하게 될 거대한 록스타의 필연적인 예고편이라 해도 무방하다.
선정위원 이재훈
올해의 신인
우희준
우희준의 음악에서 눈에 띄는 것은 ‘천연’이다. 동요를 부르듯 천진한 창법과 다소 심오한 가사를 앞선 무구함으로 표출하는 천연덕스러움이 그 이유다. 그러나 우희준의 천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가 2025년 한 해에 걸쳐 선보인 음악에는 자신의 시선으로 세상을 관조하듯 노래하지만, 깊이 있는 통찰과 사고력이 배어든 가사는 자연의 섭리를 다루듯 철학적이고, ‘삶에 있어 어쩔 수 없는 것’에 대한 토로가 빼곡하기에 우희준은 ‘천연’이란 단어의 다중적 의미를 모두 섭렵한다. 내용의 다면성처럼 사운드 역시 마찬가지로, 면면이 다채롭고 독특하다. 차분하고도 투박한 로파이 질감, 얼터너티브 록을 토대로 포크트로니카까지 아우르는 확장성, 연주곡을 비롯해 구성에서 엿보이는 과감함이 그렇다.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건 총체를 통해 날 것의 인상을 전하는 우희준의 역량 그 자체다. 일렉기타를 강조하면서도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나는 음악에서 연상되는 음악가는 많다. 그러나 녹록지 않은 삶의 무게를 발랄함으로 치환하며 복합성을 조화롭게 엮어내는 힘이 강렬하기에, 우희준의 음악은 분명한 독창성으로 와닿는다.
선정위원 이아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