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온 [가리온3]

우리가 가리온의 귀환에서 묘한 울림을 느끼는 것은, 단순 14년이라는 오랜 기다림 때문만이 아니다. 그건 한국 힙합 역사의 첫 획을 그은 대선배들이 여전히 그 가치와 신념을 고수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는 경외감, 그리고 이들의 레거시를 운반하겠다는 일념 하에 모여든 수많은 조력자들의 든든함에 기인한다. 쇼 비즈니스의 풍족한 산업 논리가 드리운 지난 10년 이래 한국 힙합은 유례없는 가파른 성장을 거두며 많은 것을 얻었지만 동시에 그만큼 많은 것을 놓치기도 했다. ‘쇼미더머니’의 부재로 모두가 잠시 멈춰 나아갈 방향을 재고하는 지금, 모두의 협력 아래 그간 멈춰 있던 기물을 움직인 [가리온 3]은 우리가 체스판 위 미처 두고 온 소중한 미학을 다시금 일깨울 묵직한 착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