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체크 [Haute Couture]

간혹, 어쩌면 그보다 자주 스타일이 내용을 잠식해버리는 음반과 만나게 된다. 화사한 포장으로 음악의 결핍을 감추려는 저열한 경우다. 당연히, 오늘 이 상을 수여받게 될 [Haute Couture]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소녀들을 춤추게 하는 강렬한 일렉트로닉 비트를 유지하면서도 특정한 범주나 유형으로 등기되지 않는 정체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테크놀로지와 트렌드의 병기로만 파악되기를 거부하는 밴드의 고집으로부터 쉽게 확인되는 바다. 글렌체크의 음악을 즐겨 들어왔다면, 이 앨범이 밴드의 정점이라는 것을 수월하게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는 어디까지나 현재의 시점이라는 것 또한 기억해주기 바란다. 상투적인 언사를 더하자면, 그 이상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이들의 정면돌파 근성과 집요함을 사랑하며, 여기 선정의 짤막한 변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