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갑
2016 공로상
2016
Korean Music Awards Winner
Korean Music Awards Winner
winner공로상
김희갑이 만든 곡들은 언제나 우리 주변에 있었다. 지금도 있다. 1980년대라는 시대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과 <그 겨울의 찻집>, 이선희의 <알고 싶어요>, 최진희의 <그대는 나의 인생>과 <사랑의 미로>, 양희은의 <하얀 목련>, 김국환의 <타타타>, 임주리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 등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의 표준을 확립한 노래다. 이런 노래들 일부를 ‘뽕 발라드’라고 싫어하는 소수의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들도 저 노래들이 한두 번만 들어도 입에 착착 감긴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양인자 작사·김희갑 작곡’은 1980년대 히트곡이 되기 위한 하나의 브랜드였다. 사회의 어떤 분야든, ‘산정 높이 올라가’려는 사람들의 욕망들로 들끓던, 그렇지만 그런 욕망들 사이로 좌절과 포기의 한숨이 새어 나오던 시대 양인자의 섬세한 감수성이 담긴 글에 입힌 김희갑의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한 멜로디는 대중적 공감의 폭과 깊이 모두를 극대화했다.
앞서 ‘뽕 발라드’라는 표현은 작가에 대한 불경의 언어가 결코 아니다. ‘뽕’이 현대 한국을 살아온 사람이 떨쳐 버릴 수 없는 속(俗)의 정서라면 말이다. 그렇지만 김희갑은 그 ‘속’의 세계에 빠져서 허우적거리지 않는다. 그의 곡들은 대중의 정서 속으로 진입한 뒤 압착과 분리를 거쳐서 고갱이를 추출하는 특별한 과정을 거친 것 같다. 그 절정은 이동원이 부른 <향수>겠지만, 단지 이 곡이 특별한 예외는 아니다.
그 점에서 1970년대 이전 시기 그의 작품들이 화사하고 모던한 ‘팝’ 계열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키보이스의 <바닷가의 추억>, 박건의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이승재의 <눈동자>, 이용복의 <달맞이꽃>, 이은하의 <봄비> 등은 ‘작곡가가 누군지는 몰라도 선율은 선명히 기억하는’ 몇몇 예들이다. 송창식의 <상아의 노래>나 임희숙의 <진정 난 몰랐네> 등이 영원한 고전처럼 남아 있다는 것은 사족에 지나지 않는다. 김추자의 <그럴 수가 있나요>에서 혜은이의 <열정>에 이르기까지 록 음악의 영향이 명백한 작품들을 남긴 사실, 그리고 키보이스, 히파이브, 트리퍼스 등 1세대 록 밴드(그룹 사운드)의 음반들의 ‘작편곡가’(요즘 말로 프로듀서) 역할을 수행한 사실 등은 여기서 간단히 말하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대중가요 작곡가이기 이전에 기타리스트, 악단장, 영화음악가, 뮤지컬 작곡가인 그의 경력을 쓰기에는 지면이 모자란다. 단지, 오래된 음반을 모으는 사람이라면, ‘감미로운 땐씽 경음악’, ‘김희갑 Go Go Sound vol.1’, ‘미스틱 무드 오케스트라’ 등의 이름이 붙은 연주곡 음반을 듣고 놀라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사실 저런 ‘경음악’(연주곡) 만큼 ‘한국 팝의 역사’를 잘 보여주는 텍스트도 없을 것이다.
그와 비슷한 세대, 심지어 더 젊은 세대가 화려한 시대를 보내고 무대 뒤로 퇴장한 뒤로도 그는 오래 동안 건재했다. 재능과 성실을 모두 갖추고 무수한 작품을 남긴 그가 한국 대중음악의 공로를 논할 때 왜 첫 번째로 언급되지 않고 서너 번째로 언급되는지가 의문일 뿐이다. 이제서야 그에게 공로상이 돌아가는 것은 오히려 비례가 아닐까?
선정위원 신현준
아티스트김희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