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선 순간들 '독립'

회기동 단편선 시절이든 단편선과 순간들 시절이든 단편선이 들려준 음악은 대체로 낯설고 불온하며 아름다웠다. 그래서 중독성이 있었다. 여기에 지난 몇 년 동안 자신의 작업을 뒤로 미루고 프로듀서로서 쌓은 경험과 안목이 더해졌다. 고요하게 시작해 빠르게 리듬을 바꾸며 긴장감을 연출하는 피아노, 그 위로 정교하게 층을 이루며 노래를 이끄는 화려한 코러스, 유려한 현악 연주와 휘몰아치는 기타 연주가 교차하며 완급을 조절하는 연출이 그 증거일 테다. 단순해 보이면서 복잡하고, 거칠어 보이면서 매끈하다. 더불어 아류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특정한 범주에 들어가기를 거부하고, 거부하는 이유를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노래의 제목인 '독립'은 그 어떤 제목보다 적절하다. 4분에 살짝 미치지 못하는 길지 않은 러닝타임이 더 짧게 느껴질 만큼 흥미롭고 매력적인 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