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ROSÉ)

‘APT.’는 2024년 최고의 글로벌 히트였다. 브루노 마스 정도의 스타(그는 이 곡으로 케이팝 세계의 영예인 한국 음악방송 1위를 처음 달성했다)를 초대하고, 그럼에도 부인할 길 없이 곡의 주인공으로서 온전한 통제력을 가지며, 그저 날뛰는 록스타로서 즐기는 듯한 이 곡의 로제는, 그 자신의, 또는 케이팝의 위상을 여실히 보여줬다고도 하겠다. 그러나 참을 수 없이 즉각적으로 다가서고 돌이킬 수 없이 달라붙는 이 마력은, 그 위상의 명실상부함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또한 브루노 마스의 이름 덕이라거나 ‘운 좋은 바이럴 히트’라는 해석의 여지를 단숨에 배제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제한된 프로모션이 마련된 선공개곡이었다는 점도 기억해둘 만하다. 예술적/마케팅적 총력전의 결과물로써 이룬 성과들 이외에도, 홀가분하고 간출한, 그러나 다만 아주 좋은 팝송이 케이팝에서 가능함을 천명한 사례라 할 만하기 때문이다. 로제와 ‘APT.’는 케이팝에 더 많은 음악적, 산업적 가능성을 열어낸 이름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