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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제인간 [12가지 말들]

2024 최우수 록 - 음반
나무늘보와 고릴라의 음악이다. 나른하게 누워 있다 문득 깨어 난폭하게 때려 부수곤, 다시 잠든다. 몽환과 파괴의 미학을 모두 완벽에 가깝게, 그것도 천연덕스레 오가는 천변만화의 음악. 고양이 발처럼 예측 불가다. 빠른 발로 스위치 점멸하듯 템포, 분위기, 사운드의 기어를 제멋대로 변속하는 특급의 변덕 쇼이다. 1960년대 비틀스의 사이키델릭 록, 1970년대 중반 킹 크림슨의 프로그레시브 록부터 잼 밴드(jam band)나 스래시 메탈의 방법론, 2010년대 슬래커 록 리바이벌의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록 종합 선물 세트가 따로 없다. 호주에 킹 기저드 앤드 더 리저드 위저드가 있었다면 이제 대한민국에 봉제인간이 있다. 뜨거운 빨강과 차디찬 파랑처럼 달라 보이던 두 요소, 즉 능란한 연주와 나른한 미학이 봉제인간의 테이블 위에서 끝장 토론을 멈춰 말도 안 되는 대통합을 이뤄냈다. 기타, 베이스기타, 드럼의 총공격. 흐물흐물 모호한 언어와 서사를, 격렬하고 딱딱한 리듬의 프레임 속에 우당탕우당탕 박아 넣고 욱여넣는다. 3인조가 갈겨대는 음표 무더기 네일 건(nail gun)은 디즈니 만화 속 과장된 슬랩스틱 같다. 우리 일상의 희비극을 이토록 과격하며 맥없는 블랙 코미디로 치환해 냈으니.
선정위원 임희윤
아티스트봉제인간
음반명12가지 말들
프로듀서봉제인간
대표곡12가지 말들
제작사두루두루아티스트컴퍼니
유통사YG PLUS
발매일2023.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