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HON [Blood Shall Be Paid]
2025 (22회) 최우수 메탈&하드코어 - 음반

돌이켜보면 사혼의 결성이 1998년이다. 한 장르가 쇠퇴하고, 추억이 되거나 다른 흐름의 부재료로 도구화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하지만 사혼은 [Blood Shall Be Paid‘를 통해 당시 스래쉬메탈이 고민하고 내놓았던 답이 지금도 여전히 뜨겁고, 그렇기에 유효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정밀한 후보정이나 서사를 복잡하게 만드는 송폼의 쪼개기와 같은 외도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은 채 속도, 힘, 그리고 공격적인 감정과 사고의 발산에 집중하는 점은 고전적이지만 그래서 더 이채롭다. 보컬의 해상도나 리듬감을 일부 희생하더라도, 소리를 토해내는 행위 자체가 지닌 압도적인 힘의 전달로 몰아가는 데에서는 이들의 일관성, 그리고 집중력이 일견 집요하게까지 느껴진다. 이소룡은 생전에, 천 가지 발차기를 하는 상대보다 단 한 가지 발차기를 천 번 반복한 상대를 만다는 것이 두렵다는 말을 남겼던 바 있다. 스래시, 데스 메탈의 오랜 명멸을 지나, 사혼은 [Blood Shall Be Paid]로 긴 시간을 깊게 지나온 이만이 분출할 수 있는 묵직한 뻐근함을 남긴다.
선정위원 홍정택
아티스트SAHON
음반명Blood Shall Be Paid
프로듀서SAHON
대표곡Blood Shall Be Paid
제작사Brutal records
유통사Risky Music
발매일2024.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