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옷(OTOT) [21st century electronic duo]

시작점으로부터 23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세기는, 아마 더 이상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날로그 신시사이저의 레트로한 질감과 오래전에 신선함을 잃은 듯한 전자음이 가득한 [21st century electronic duo]는 우리에게 그런 생각을 넌지시 던지는 것 같다. 미래를 향한 설렘과 신선함에 대한 집착이 퇴색된 21세기를 살고 있는 전자 음악 듀오. 그렇지만 정갈한 비트와 재잘대는 샘플링, 조밀하게 결합된 소리들이 전하는 즐거움은 ‘새로움’과는 상관없이 듣는 이의 귀와 마음을 가득 채운다. 그것은 정직하게 쌓인 시간과 역사만이 전달할 수 있는 즐거움이다. 자우림의 이선규와 뜨거운 감자의 고범준이라는 두 베테랑 뮤지션이 쌓은 시간이, 일렉트로닉 음악의 역사 속에 켜켜이 쌓인 생명력 넘치는 소리들이, 옷옷(OTOT)이라는 늦게 도착한 장인들의 손 위에서 사라지지 않는 빛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