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youra) [꽤 많은 수의 촉수 돌기]

재즈 트리오 만동과의 ‘이런 분위기는 기회다’ 프로젝트를 통해 아방가르드의 세계에서 활로를 발견한 싱어송라이터 유라(youra)는 정규 1집 [꽤 많은 수의 촉수 돌기]로 독특하게 꿈틀대는 생명력의 음악 유기체를 창조했다. 모호한 태도로 끝없이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은 신비롭게 작품을 이끄는 유라(youra)의 목소리와 복잡다단한 이해를 요구하는 언어, 만동의 베이시스트 송남현과 함께한 역동적인 음악으로 개인의 정동을 포착하여 폭넓은 해석을 낳는다. 숱한 장르의 혼합과 시작과 끝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은 변칙적 구성, 다층적인 변주가 자아내는 혼란 속에서 유라(youra)는 앨범 커버 속 우리를 응시하는 정체불명의 표정으로 천진난만하다가도 잔혹하며, 비규칙적으로 박자를 맞추는 개인의 세계를 분주히 배회한다. 해체, 조립, 긴장과 이완의 과정 속 규범과 질서, 안이한 해석은 흐물거리며 녹아내린다. 2023년 한국대중음악 시장에 돋아난 미지의 존재 같은 이 정규 앨범으로 유라(youra)는 비범한 재능을 증명하며 스스로를 다시 정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