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의날개 '스무살'

퍼지한 톤에 이펙터가 걸린 기타 트랙을 쌓거나 앞뒤로 연결하며 ‘꿈결 같은’ 무드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이상의 날개의 음악은 일견 검정치마나 신해경의 음악을 닮았다. 그러나, 이상의 날개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늘 느릿할 수도 있는 서사를 차근차근, 정제된 단어와 서서히 고조되는 사운드를 통해 구현하는 청각적 스토리텔링에 있었다. 장대한 공간을 향해 나아가는 포스트록의 전형적인 전개 중에도 반복이나 변주보다는 기승전결이 뚜렷한 구성으로 탄탄하게 감정을 쌓아간다. 일견 전작들 대비 관조적으로 느껴지는 서술 태도의 변화, 조금 더 ‘한국적’으로 들리는 가요적 감성의 부각 또한 이러한 서사의 밀도를 높이는 장치로서 훌륭하게 기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