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지 [Eternal]

유려한 연주자이자 도전적인 음악가, 진솔한 교육가인 이선지는 듣는 이를 억지로 계몽하거나 훈계하려 하지 않는다. 냉철하나 쉽고 직관적이며, 창의적이지만 아름다운 음악을 자연스럽게 설득할 줄 안다. [Oscillations](2021) 이후 4년 만에 선보인 일곱 번째 정규앨범이자, [Song of April](2018) 이후 모처럼 구성한 밴드에서, 그는 새로이 젊은 연주자들과 함께하며 '영원'(eternal)에 관한 이상적인 문답을 던진다. 반세기 전 재즈-록, 퓨전재즈의 등장 이후 재즈는 죽어버린 게 아니라, 또 다른 영원성을 획득했다고 넌지시 강조하는 것처럼 들린다. 앞서 주제와 메시지를 음악으로 곧잘 구상화했던 그의 방식은 [Eternal]에서도 빛난다. 공간감 넘치는 신시사이저와 고풍스러운 트럼펫 연주의 적재적소 활용, 테마의 매력과 독특한 사운드의 조화를 쉬이 낭비하지 않고 너르게 펼쳐놓아 끝내 감흥을 끌어내는 서사가 그렇다. 'Giving'에서 출발해 'Home'으로 회귀하는 내면적이고 성찰적인 앨범의 여정은, 한국 재즈의 미래와 이를 위한 도전이 그것을 억지로 끌어당기거나 밀어붙이는 데 있지 않음을 깨닫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