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 '싸구려 커피'

싸구려 커피'의 장르를 놓고 초기선정단계부터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았다. 장르 구분이 갈수록 애매해지는 게 요즘 음악의 추세지만 장기하의 이 노래는 록적인 요소와 팝적인 요소를 두루 겸비하고 있다. 논란 끝에 '싸구려 커피'가 록으로 최종 분류되고 수상까지 하게 된 이유는 정적인 사운드 안에 배치되어있는 그루브와 표현의 방식에 있다 하겠다. 70-80년대의 한국 록에서 읽을 수 있는 자기 관찰과 해학의 정서가 '싸구려 커피'를 통해 담담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승리도 패배도 결정되지 않은 불안한 시기의 불안한 마음을 유머러스한 서사의 형태로 구현한 이 노래의 가장 탁월한 지점은 노래와 노래 사이에 전개되는 랩이다. 나레이션, 또는 타령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랩은 덤덤히 전개되는 노래 부분의 감정 전개를 보다 심화하는 역할을 하며, 가사 자체에서 발생하는 리듬감을 음악이 아닌 이야기의 형태로 구현한다. 또한 랩 부분에서 노래 부분으로의 반전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이미 수많은 방송과 페스티벌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 10여년간 끊이지 않은 '한국적인 록'이라는 화두에 장기하는 '싸구려 커피'로 또 하나의 단초를 던졌다. 그리고 한국 대중음악가사에서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서사의 중요성과 힘을 그 어떤 노래보다 극명하게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