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 마일드 비츠 [정인 & 마일드 비츠]

20년 넘게 왕성히 활동해 온 두 사람의 첫 협업이지만 늦었다기보다는 절묘한 타이밍의 합작앨범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일드비츠는 2021년작 [Fragment]를 통해 다양한 장르 요소를 버무려 고유한 질감으로 펼쳐내는 트랙들로 감탄의 경지에 오른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정인은 독보적인 음색과 강렬한 퍼포먼스로 한국 대중음악의 가장 존재감 있는 보컬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정인의 보컬 역량이 온전히 담긴 앨범 단위 결과물에 대한 아쉬움이 늘 있었다. [정인 & 마일드 비츠]는 아마도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마일즈 비츠로서는 정인을 통해 대중적 접점을 찾고, 정인은 좀 더 자유롭게 실력 발휘를 할 판이 깔린 앨범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다. 알앤비, 힙합, 재즈, 록,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장르를 품은 프로덕션은 흠잡기 힘들 정도의 균형미와 곡을 주도하는 악기를 사용한 파격도 심심치 않게 선보인다. 정인은 일곱 트랙에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다채로운 무드의 소리를 능숙하게 올린다. 익숙한 정인의 목소리지만,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온다. 여기에 말을 건네는 듯한 재치 있는 가사가 만드는 생동감 있는 감정선은 [정인 & 마일드 비츠]를 더욱 특별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