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 (KWAII) [DISTORTED]

뒤틀렸다는 뜻의 앨범 타이틀과 커버에 드리운 묵직한 존재감의 십자가가 대비를 이룬다. 넓게는 사회, 좁게는 힙합 씬을 향한 콰이 특유의 삐뚤어진 시선과 심지 깊은 주관을 함께 보여주는 것 같다. 세상을 점차 인식해가며 성장할 때 느끼는 절망감을 냉소하며 극복하는 트랙들의 감흥은 그 어떤 서사보다 짜릿하다. 이른바 '흙수저', '금수저'로 불리는 사회계층의 대물림, 그 안에서 전복을 꿈꾸는 청년세대의 야심과 절망이 냉소적인 가사의 랩으로 멋들어지게 그려진 "PRIDE"가 대표적이다. 시종일관 건조하고 날카로운 사운드가 지배하는 뛰어난 비트 프로덕션, 이와 파열하는 듯한 콰이의 타격감과 속도감이 주효한 랩은 힙합 앨범을 듣는 즐거움도 충분히 전달한다. 개성 강한 피쳐링 아티스트의 참여가 앨범에 자연스레 녹아 들어 간 것도 인상적이다. 자신의 경험과 상황, 감정을 세세하게 담아 청자가 사회의 부조리함을 살피게 하는 것은 랩/힙합 음악이 지닌 큰 매력 중 하나다. [DISTORTED]는 그 매력이 가득하다. 2024년 손에 꼽을 완성미로 마감한 한국 힙합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