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전 소극장
2024 선정위원회 특별상
2024
Korean Music Awards Winner
Korean Music Awards Winner
winner선정위원회 특별상
한국대중음악사에서 ‘소극장’이 중요한 키워드가 된 것은 1980년대, 대중음악의 절반이 언더그라운드라 불렸던 시절이다. 음악을 쇼프로그램의 부속품처럼 여기던 방송국의 태도에 동의하지 않거나, 노래가 밤무대 유흥 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거부한 일종의 작가주의적 태도가 찾아낸 대안적 공간이 소극장이었다. 본래 소극장은 마당극이나 탈춤을 배태한 연극계의 ‘운동’이었지만 대중음악계에서는 음악인과 팬들이 가까운 거리에서 ‘라이브’로 소통할 수 있는 드문 장소였다. 라이브 공연이 대중음악을 대중음악으로 정의하는 근본적인 요소라고 볼 때 이 또한 일종의 ‘운동’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겠다. 1981년 숭의음악당에서 열린 조동진의 첫 단독공연으로 소극장 문화가 폭발했다고 알려져 있다. 신촌과 종로 그리고 대학로의 수많은 소극장에서 열린 ‘라이브 콘서트’를 통기타 혁명을 잇는 또 다른 혁명이라 부르면 과장일까.
1991년 개관한 학전은 이 전통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동시에 80년대 후반과 90년대의 다양한 대학가 문화를 반영했다. 노래를찾는사람들 출신에서 공연하는 생활인으로 이곳에서 1,000회 공연을 맞이한 김광석의 경우는 학전을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사례일 것이다. 학전에서의 공연들은 대중음악을 산업과 방송의 테두리에 가두지 않는 진중한 관점을 제시하고 실행했다. 그리고 이 관점은 추후 홍대 라이브 클럽들의 에너지와 연계되었으며 현재는 전국 각지에 흩어진 음악 살롱까지 장구히 이어지고 있다고 믿는다. 학전의 가치는 자신을 ‘뒷 것들’(백스테이지 스태프)이라 평해마지 않는, 예술의 못자리로서 학전을 운영한 김민기의 존재 때문에 가능했다. 음악가이자 연극인이라는 김민기의 두 정체성은 학전에서 온전히 육화되었다. 1999년까지는 전술한 대중음악의 진중함으로, 이후에는 뮤지컬 ‘지하철1호선’과 양질의 어린이극으로 한국 문화계에 큰 족적을 남겼다.
지난해 말 지속되는 운영난으로 학전 소극장을 더 이상 운영하지 못한다는 발표가 있고 나서 많은 음악인들이 뜻을 모아 의견을 내고 공연을 했다. 음악인들은 “우리 문화계가 학전과 김민기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했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 역시 여기에 적극 동의한다. 소위 돈 안되는 일, 예술의 못자리를 지키고자 하는 가치로 30여 년 가꿔온 농부에게 모자를 벗어 정중한 예를 표하는 마음으로 선정위원 특별상을 수상한다. 학전이 한국 문화계에 끼쳤던 전통과 영향이 지속되길 바란다.
선정위원 선정위원 최지호
아티스트학전 소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