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로로 'ㅈㅣㅂ'
2025 (22회) 최우수 모던록 - 노래

대중음악에서 ‘집’은 보통 평화와 안식의 장소로 묘사된다. 수많은 음악인들이 그리운 집으로 향하는 마음을 노래했다. 그런데 여기 이 집은 좀 이상하다. 고된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니 “텅 빈 방 안에는/ 이미 죽어버린 꿈/ 활활 타오르는 나의 집/ 바삐 죽어가는 나의 집”이 기다린다. 한로로가 그리는 집은 활활 타서 해체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제목도 ‘집’을 해체해 표기한 ‘ㅈㅣㅂ’이다. 한로로 스스로도 “까만 연기가 뭐든 닥치고 잡아먹으려 안간힘을 쓰”고 “불길이 쉽게 깰 수 없는 악몽처럼 뼈를 핥아 올라가”고 “정의로운 사이렌마저 갓난아기처럼 울어버리는 이곳. 이곳을 어떻게 집이라 부를 수 있니”라는 설명(앨범 소개 글)을 붙인 이 노래의 가사는 분명 음울하고 불온하다. 하지만 그와 대조적으로 사운드는 강렬하고 속도감 넘친다. 그런 부조화가 노래에 기묘한 생동감과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다. ‘ㅈㅣㅂ’은 “다툼 절망 소화 소화”를 부르짖으면서 동시에 “기쁨 희망 소생 소생”의 씨앗을 심는다. 이는 결국 앨범 [집]의 마지막 곡 ‘보수공사’에서 “사라져가는 자들 여기로 모여라/…/ 뜨거운 우리는 따뜻한 집을 짓네”라고 노래하는 대목으로 귀결된다. 멸망 이후를 그린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의 마지막 장면 같다. ‘ㅈㅣㅂ’은 그런 엔딩으로 가기 전 클라이맥스와도 같은 노래다.
선정위원 서정민
아티스트한로로
노래명ㅈㅣㅂ
제작사authentic
유통사포크라노스
발매일2024.05.28
작곡가한로로, 진동욱
작사가한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