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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우잰(Hollow Jan) [Rough Draft In Progress]

2008 최우수 록-음반
2008
Korean Music Awards Winner
winner최우수 록-음반
그 해 겨울, 어떤 이들에게는 생소하고 이상하게 보일 수 있는 앨범이 발표되었다. 곡의 길이가 7분과 8분을 넘어 9분에 이르기도 한다. 소리는 어딘지 까끌까끌하며 연주는 대체로 단순하다. 여러 해 전, 자신들의 길을 찾아 나선 청년들의 첫 음반은 이런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 고통스러운 절규, 쓰린 서정을 담은 멜로디, 차가운 아르페지오와 프렛에 닿을 듯한 트레몰로가 합쳐지면서 감정의 덩어리는 점차 본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 순간 단조로움은 중독적인 연주로 격상되고 한 청년의 독백은 모두와 소통한다. 스크리모에 포스트록/익스페리멘틀의 유산을 거두어들여 감정에 충실함으로써 형식의 한계선을 돌파한 이 앨범은 헝클어짐과 뒤엉킴 속에서 극적인 순간을 이끌어냈다. 기교보다 감성에 충실한 헤비뮤직을 제시한 것이다. 또한 앨범의 존재가치마저 부정당하는 시절에 10개의 단편을 모은 단편집이 아니라 10개의 단편을 품은 하나의 장편을 써내려갔고, 종이 위에는 한국어가 인쇄되었다. 전혀 일반적이지 않은 어법으로 매우 보편적인 감동을 이끌어낸 이 앨범은 비단 할로우 잰이라는 개별 밴드의 성과일 뿐만 아니라 살을 부풀려온 한국 하드코어 씬의 성취이기도 하다. 좋은 음악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답하기는 쉽지 않지만, 좋은 음악의 예로 [Rough Draft in Progress]를 드는 것에는 주저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작품이다.
선정위원 나도원
아티스트할로우잰(Hollow Jan)
음반명Rough Draft In Progress
제작사도프엔터테인먼트
발매일2006.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