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완 '노인의 벤치'

젊은 시절 벤치는 잠깐 머무는, 스쳐가는 정거장과 같다. 하지만 노인에게 벤치는 낯선 곳에 앉아 하루 종일 옛날 영화를 보고 있는 것처럼, 이방인의 시선과 터줏대감의 얼굴을 하고 속절없는 세월과 공생하는 곳이다. 그러니 제목만 들으면 당연히 그대로 사멸해가는 존재의 넋두리려니 할 것이다. 부단히 감성을 갈아온 한 뮤지션이, 그 벤치가 여전히 젊은 시절과 현재의 모습이 겹쳐지고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삶이 지속되는 곳이라는 걸 말해주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