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olunteers(더 발룬티어스) [The Volunteers]

헤세가 건축한 ‘데미안’의 세계를 살짝 비틀어본다. 알은 하나의 세계고, 태어나려는 자는 이를 깨뜨려야 하지만, 그것은 툭 하면 깨져버릴 투명 유리막에 지나지 않았다. 밴드 프론트퍼슨을 선언한 백예린은 지금 그 엷은 막을 깨뜨리고 있다. 텅 빈 공간에 ‘Q’ 드럼을 크게 쿵쿵 찍고 시작하는 첫 곡 ‘Violet’부터가 록적인 선언이다. 레스폴과 퍼즈 이펙터가 생성하는 리프 덩어리들이 가세하며 앨범 전체를 송두리째 뒤흔든다. 선 굵은 파워코드 중심의 배킹 위로 백예린의 멜로디와 보컬은 ‘요술 가루’처럼 반짝인다. 귀에 확확 감기는 직선적 선율, 아름다운 화성, 유려한 비브라토 고음. 록시트부터 크랜베리스, 시네이드 오코너에 이르는 환영의 일렁임. 아이돌, 트로트로 양분된 한국 음악신에서 이들은 분명 새 항로를 개척 중이다. 팬데믹 후 지구를 순환할지 모를 일이다. ‘K’라는 카테고리에 묶이기 보다는 그저 ‘록’이란 장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