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플로우 (Deepflow) [양화]

거리마다 랩이 넘쳐나는 힙합의 시대. 그 시대의 주인공인 티브이 속 엠씨들의 성공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단순한 스웩보다 서사가, 싱글보다 앨범이 우위에 있다고도 이야기하지 않겠다. 하지만 10년 후, 2015년 한 해가 힙합의 해로 기억된다면 그건 티브이 속 힙합 열풍 때문이 아니라 (이센스의 앨범과 함께) 바로 이 앨범 때문일 것이다. 한 MC의 인생이기도 하고 하루 같기도 한 앨범의 탁월한 구성미. 힙합/랩을 통해 전달되는 특유의 서사의 힘을 앨범이라는 단위에 이보다 더 잘 녹여낸 작품은 최근 몇 년간 만나기 힘들었다. 그러고 보니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앨범 부문 후보에 힙합 앨범 두 장이 올라간 것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