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Ra.D) [Realcollabo]

그간 한국의 R&B 음악들이 했던 시도들은 그다지 다양하지 않았다. 소울풀한 발라드 이거나, 끈적한 발라드 이거나, 기교가 화려한 발라드 이거나, 그나마 진일보했다면 힙합이나 훵크 비트가 결합된 형태가 거의 다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 터. 그런 맥락에서 올해 대중음악상의 R&B 후보들은 다른 해에 비해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아졌다. 어느 해인가 시상에 필요한 다섯 명의 후보조차 채우지 못했을 만큼 허울뿐인 장르였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제는 (많지는 않지만 적어도) 떨어지는 후보가 아까운 생각이 들 정도의 앨범들이 경합을 벌이는 장르가 되었다. 그리고 라디의 [Realcollabo]은 한국에서도 R&B라는 장르가 보다 전문적이고 참신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는 증표가 되어 준 앨범이다. 멜로디에 연연하지 않는 힙합 비트와 깔끔하고 정제된 사운드는 R&B일수록 멜로디와 가창을 강조했던 그간의 (희한한) 관행을 깼음은 물론이요, 훨씬 듣기 좋은 사운드를 만들어 냈다. 이전에 없던 독특한 형태가 아님에도 R&B라는 장르에서 이와 같은 기지를 발휘했다는 점이 참신했으며, 시도만큼 결과물도 좋아서 더욱 빛이 난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