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수염(Seaweed Mustache) [Bombora]

스피커를 찢을 듯한 첫 곡의 첫 음부터 선언적이다. 드럼, 베이스 기타, 기타의 신선한 주파수 분할은 대단히 낯선 공간으로 청자의 손목을 이끈다. 그곳에서는 중력장을 벗어나 면도날처럼 비산하는 노이즈, 단순하지만 꿈결 같은 멜로디와 가사, 둔중한 드럼의 통타(痛打)가 울창한 삼림을 이룬다. 미역수염의 화폭에는 콕토 트윈스의 드림 팝,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의 슈게이즈, 알세스트나 데프헤븐 스타일의 블랙게이즈가 혼재한다. 그러나 미역수염만의 정서가 분명하다. 슬프고 동심 어리며 때론 절망적인, 닿을 수 없는 곳에 대한 난폭한 동경 같은 것 말이다. 폭주하는 메탈과 드림 팝을 과감하게 접붙인 ‘Playground’, 뮤트 피킹과 주술적 그로울링을 탑재한 ‘Land’, 전설 속 물결처럼 넘실대는 ‘Seaweed Mustang’이 보여주는 광활한 음 공간은 앞으로 다가올 헤비니스의 새로운 풍경을 상상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