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서클 [유사과학]

앞서 ‘Topology’(위상수학)라는 타이틀로 태생적으로 추상적일 수밖에 없는 크로스오버 연주 음악 위에 현학적인 개념까지 덧대었던 이들은 이번 앨범에서 훨씬 가벼운 태도로 유머와 구체적인 인상을 곁들인다. 최고의 베테랑 연주자들이 뭉친 슈퍼 그룹이라는 사실을 넘어 단순히 신박서클이라는 그룹이 추구하는 국악기와 양악기의 위상적 균형의 지점은 실제로는 실재하지 않는 이상에 가깝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것이 지향점에 근접했다고 여기게 하는 믿음의 제공. ‘유사과학’이라는 타이틀 자체가 무척이나 유쾌하게 잘 맞아떨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분명 [유사과학]은 각 수록곡이 관습적인 크로스오버보다 오히려 훨씬 노골적인 모던 재즈 어법이나 국악 어법을 기반에 둔 퓨전 음악에 가깝게 완성되었다. 그러나 덕분에 연주 기반의 인터플레이와 짜임새, 각 수록곡의 인상에 더욱더 몰입하며 전작보다 더 좋다고 '믿을 만한' 개성과 연주의 합, 나아가 음반의 완성도를 갖추게 되었다. 단연 올해 가장 즐겁게 들었던 연주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