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YOUNHA)

수없이 많은 신성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오르트 구름과 같은 가요계에서 베테랑 가수 윤하의 궤도는 주기 없이 대중과의 접점을 비껴갔다. 그러나 윤하는 언제나 음악에 성실했다. 창작, 공연, 가창 어느 하나 소홀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세계를 가다듬으며 든든한 지지층을 확보했다. 올해 3월 공개한 리패키지 앨범 ‘End Theory : Final Edition’도 시작은 눈에 띄지 않는 소천체였다. 그러나 탁월한 싱글 ‘사건의 지평선’은 커다란 핵으로 발전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고,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후 크고 작은 공연을 준비하던 기획자들은 늘 그랬듯 믿음직한 윤하의 이름을 라인업에 써넣었다. 음악 시장과 대중의 반복 호출이 혜성의 태양계 진입을 인도했다. 그리고 윤하가 날아올랐다. 커다랗고 밝은 빛을 내뿜으며, 길고 선명하게 뻗어나가는 꼬리를 달고, 사건의 지평선 너머 1위 가수의 타이틀과 함께 2022년 가요 시장을 종횡무진 누볐다. 윤하는 "하던 걸 계속했을 뿐"이라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끝을 가늠할 수 없는 묵묵한 반복의 시간과 굳은 신념이 기적을 만든다. 2022년의 윤하는 어두운 세상 속 쉽게 좌절하고 마는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준 '꺾이지 않는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