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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 [늑대가 나타났다]

2022 올해의 음반
2022
Korean Music Awards Winner
winner올해의 음반
‘말을 거는 음악’의 조건이 무엇인지를 상상해 본다. 많은 의견이 나올 수 있겠지만, 나는 [늑대가 나타났다]를 들으면서 타인의 자리를 비워 두지 않는 음악을 생각한다. 음악이 만들어짐과 동시에 그 음악을 듣게 될 사람들이 생겨난다는 ‘당연한’ 원리를 당연시하지 않는 음악. 음악을 듣는 타인들에게 이 소리와 언어가 가 닿을지를 확신하지 못하면서도 끝끝내 자신의 삶을, 가치관을, 심지어는 그 불확실함마저 담아내고야 마는 음악. 그럼으로써 자신(과 동시에 수많은 소수자들)이 지닌 소리와 이야기를 타인의 귀뿐만이 아닌 생각 속에, 마음 속에 머무르게 만드는 음악. 짜임새 있는 송라이팅/프로덕션과 거창하지 않으면서도 대담한 음악적 시도, 진솔한 스토리텔링 같은 이미 훌륭한 가치들 이상으로 이 앨범을 빛나게 만드는 점이 있다면, 그것은 이랑이 이 모두를 타인에게 가 닿게 만들고자 분투하는 바로 그 태도일 것이다. 은유하고(‘늑대가 나타났다’) 외치고(‘환란의 시대’) 묘사하고(‘빵을 먹었어’) 상상하고(‘어떤 이름을 가졌던 사람의 하루를 상상해본다’) 대화하고(‘대화’) 잘 듣고 있다고 말을 거는 동시에 잘 듣고 있냐고(‘잘 듣고 있어요’) 질문하는 [늑대가 나타났다]는, 그 모든 수행을 통해 “사회를 이루는 것은 사람들이며, 그들 각자는 타자를 사회적 죽음으로부터 끌어내는 힘을 미약하나마 가지고 있다”(『사람, 장소, 환대』 中)는 점을 다시 한번 환기시킨다. 끊임없이 말을 거는, 그럼으로써 죽음에 저항하는 앨범.
선정위원 정구원
“우린 쓸모 없는 사람들이 아니오. 너희가 먹는 빵을 만드는 사람일 뿐, 내 자식을 굶어 죽일 수는 없소” 이 가사의 울림이 큰 이유는 빵을 만들고 포도주 찌꺼기를 먹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건네기 때문이다. 대화의 아카펠라로, 의식적으로 잠들려는 간절함으로, 이름 없는 사람을 세세히 묘사하는 방법으로, 코러스와 함께 속시원한 외침으로 말한다. 돌려 말하지 않고 단도직입 말하지만 선언과 알레고리의 플롯이 잘 짜여 있어 예술적 쾌감을 준다. 그런 사람들을 마녀, 폭도, 이단, 늑대라고 규정하는 노래 밖 세상은 이 앨범의 기능적 효용을 높여준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귀한 내 친구들아 동시에 다 죽어버리자’고 했을 때 폭풍오열 한다던가, 일도 안하고 돈도 안벌어도 된다고 좋아하는 외침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던가. 그리고 또 있다. 음악적으로 너무 단순하지 않냐고 힐난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이게 진정 노래의 힘이라고 핏대를 세우며 싸움을 걸게 된다. 이 글도 그런 마음으로 쓴다. 죽은 자식의 시체를 안고 동네를 지나는 여인에게 깊은 애도를 건넨다.
선정위원 최지호
아티스트이랑
음반명늑대가 나타났다
대표곡늑대가 나타났다
제작사유어썸머
유통사YG PLUS
발매일2021.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