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 'Track 8'

좋은 음반, 그리고 좋은 가수를 평가하는 기준은 너무나도 보편적이고 명확하다. 일단은 곡이 잘 만들어져야 하고 또 그 곡을 잘 소화할 수 있는 가창력이 겸비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가창력에 뚜렷한 색깔과 호소력이 곁들여진다면 더할 나위 없다. 20년 가까운 음악 활동에서 결코 다작을 하지 않는 신중함과 완고함으로 독보적인 커리어를 구축해온 이소라는 위에 언급한 좋은 음반과 좋은 가수라는 명제에 가장 잘 부합하며 음악적으로 최고의 정점에 도달한 6집 [눈썹달]을 통해 진정한 아티스트로 재평가 받게 되는 전환점을 마련했다. 그리고 또 3년의 두문불출 끝에 탄생한 [7집]은 그 음반에, 그리고 거기에 담긴 곡들이 꼭 어떤 상투적인 제목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가에 관한 형식적인 측면을 거부함으로써 또한 그 음악적 완성도에 의심의 여지가 없음을 역설적으로 과시하고 있다. 더불어 ‘Track 8’은 대중가요의 보편적인 음악적 방법론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이소라만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로 명백한 비교우위를 입증하는 베스트 싱글이다. 프로그레시브 록도 아닌 대중가요에서 이소라가 아니라면 어떤 뮤지션이 감히 이런 무제의 반란을 꾀할 수 있었을까? 이 노래를 소개하면서 제목을 어떻게 언급해야할지 새삼 애를 먹었을 DJ들을 상기하자면, 기존의 히트 가요와 그 매개체인 방송 산업에 대한 적절한 각성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듯한 측면도 사뭇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