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 [공중부양]

장기하와 얼굴들 해체 후 3년. 오랜만에 만난 중학교 동창에게마저 ‘너 이제 음악도 그만뒀는데 뭐 할 거냐’는 질문을 듣는 상황(‘2022년 2월 22일’)이 결코 가벼웠을 리 없다. 그 쉽지 않은 순간, 장기하는 그를 둘러싼 그 무엇보다 가벼워지기를 택한다. 음악을 만드는 기본 중의 기본인 베이스조차 날려버린 백지 위로 ‘이거야말로 장기하’라 할 수 있는 것들이 점으로, 선으로 뚝뚝 떨어진다. 별일 없이 산다고, 뭐 별다른 걱정 없다고 손사래 치던 이가 13년 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하라고, 전혀 부럽지가 않다고 떠는 여전한 너스레가 더없이 반갑다. 앨범의 모든 게 그대로 장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