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박(Ji Park) & BlankFor.ms & VRI String Quartet [Syntropy]

대부분의 트랙에서 단순하게 짜인 현악으로 연주된 작곡 파트에 노이즈한 성격이 가미된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배경, 이를 기반으로 간간이 펼쳐지는 바이올린의 즉흥 선율은 재즈와도, 그렇다고 고전 클래식과도 확실히 다른 일면을 드러낸다. ‘The War’나 ‘Entropy’ 같은 곡에서 볼 수 있듯 무겁고 어두운 선율과 전자음향 때문에 언뜻 들으면 혼돈스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즉흥 요소까지 자신의 마련해놓은 구상의 틀 안에 놓아두려고 고민했기에 전체적으로 컨셉트와 구성미가 훨씬 뚜렷하게 느껴지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미니멀한 가운데 시나브로 사운드의 뉘앙스 변화가 알게 모르게 이어져 나가며 다종의 장르적 성격이 한데 녹아있는, 바로 지금 시대의 인스트루멘틀 음악! 이제 지박은 매해 이런 성격의 음악을 발표하면서 국내에 몇 안되는 이 방면의 전문 연주자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