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espa [Armageddon - The 1st Album]

이 정도면 음악판 멀티버스(多重宇宙/Multiverse)다. 에스파의 [Armageddon] 앨범은 ‘광야’를 건너 다중우주로 확장하는 에스파의 세계관 속 음악과 서사 모두에 일치한다. 향후 10년을 내다보는 후속 작업까지 고려한, 잘 준비된 대기업의 사업계획서를 들춰 보는 느낌도 든다. 힙합, 댄스, 발라드, 팝까지 담아낸 장르도 멀티다. 수많은 ‘나’가 존재하는 혼란스러운 멀티버스 안에서도 에스파 고유의 음악 특성은 잃지 않는다. 케이팝에는 절대 쓰이지 않을 거로 생각했던 어둡고도 굵은 사운드에 자연스럽게 멜로디를 올리고, 에스파 멤버들이 이 복잡한 세계를 한 치의 오차 없이 현실 속에 구현해 내는 것을 보면 감탄스러울 정도다. 올해의 노래를 다툴 만큼 대중성도 놓치지 않았다. 아마 다른 우주 속의 ‘나’도 애정할 만한 [Armageddon]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