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 [우연의 연속에 의한 필연]

감수성이 뛰어난 사람은 음악을 듣고 색이나 향을 느낀다고 한다. 감수성이 꼭 남들보다 뛰어나야만 그런 공감각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맑고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마음이 시렸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테니. 좋은 음악은 청자의 눈앞에 풍경을 그린다. 이 앨범이 그려내는 풍경은 자연이다. 이 앨범은 다채로운 음향효과를 이용해 기술의 대척점에 서 있는 자연을 펼쳐 보이는 역설을 시도한다. 포크 풍의 편안한 어쿠스틱 연주로 시작해 탄탄하게 음을 쌓다가 폭발적인 연주로 공간을 넓힌 뒤 대양으로 풀어지는 소리의 흐름. 속삭임과 포효를 오가며 감정을 이완하고 수축하는 강렬한 보컬. 이 같은 시도는 청자를 상상력의 공간으로 이끈다. 이 앨범은 경험해보진 못했지만 있을 법한, 황량함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머나먼 공간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매력적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