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분야 – 공로상
강태환
거장이라는 호칭을 받는 이들 가운데서도 구도자라 불리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강태환이라는 음악가는 해방 이후 한국 음악사 전체에서, 그뿐만 아니라 예술 전체를 돌아봐도 손에 꼽을 수 있는 구도자다. 일찌감치 60년대 초반부터, 그러니까 미8군 쇼에서 호텔 나이트클럽으로 음악가의 주 무대가 이동하던 시기를 10대 후반에서 20대를 넘기는 나이에 보냈다. 이후 70년대 중반부터 길옥윤 씨를 주축으로 모였던 재즈 음악 동호회를 통해 그때부터 자주는 아니어도 꾸준히 프리재즈 공연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김수근 건축가가 만든 공간사옥 내 소극장 공간사랑이라는 곳에서 프리재즈를 선보였고, 묵묵히 걸었던 진지한 연구의 길은 1985년 일본에서의 공연으로 이어졌다. 이후 그의 음악은 지금과 같은 동시성이 없는 시기에 해외로 퍼졌고, 해외 페스티벌에도 이름을 올리는가 하면 한국 밖에서 수많은 찬사를 얻었다. 이후 본인의 이름을 건 트리오는 물론 동그라미 트리오로, 이중주로, 또 독주로 활동하며 꾸준히 앨범도 남겼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긴 시간 그러한 활동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누군가가 그것을 알고 모르고는 이미 중요하지 않은 영역이 되었다. 어느덧 바뀐 셈법으로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그는 최근까지 꾸준히 공연을 해왔고 많은 이들에게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기도 한다. 그래서 강태환이라는 음악가를 구도자에 빗대고자 하는 것이다. 얼핏 보면 형식을 벗어나는 해방을 지닌 프리재즈이지만, 그만큼 프리재즈에 있어서 자신의 세계와 자기만의 연주는 필수다. 그것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내면과 소리에 집중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감사하게도 옆에서 감히 지켜볼 수 있었다.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한국대중음악상은 공로상을 전달하고자 한다. 특유의 가부좌 자세로 무대 한가운데 앉아서 해야 할 일을 한다는 듯한 그의 모습으로부터 잊지 말아야 할 것,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배운다.
사무국장 박준우
특별분야 – 선정위원회 특별상
학전 소극장
한국대중음악사에서 ‘소극장’이 중요한 키워드가 된 것은 1980년대, 대중음악의 절반이 언더그라운드라 불렸던 시절이다. 음악을 쇼프로그램의 부속품처럼 여기던 방송국의 태도에 동의하지 않거나, 노래가 밤무대 유흥 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거부한 일종의 작가주의적 태도가 찾아낸 대안적 공간이 소극장이었다. 본래 소극장은 마당극이나 탈춤을 배태한 연극계의 ‘운동’이었지만 대중음악계에서는 음악인과 팬들이 가까운 거리에서 ‘라이브’로 소통할 수 있는 드문 장소였다. 라이브 공연이 대중음악을 대중음악으로 정의하는 근본적인 요소라고 볼 때 이 또한 일종의 ‘운동’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겠다. 1981년 숭의음악당에서 열린 조동진의 첫 단독공연으로 소극장 문화가 폭발했다고 알려져 있다. 신촌과 종로 그리고 대학로의 수많은 소극장에서 열린 ‘라이브 콘서트’를 통기타 혁명을 잇는 또 다른 혁명이라 부르면 과장일까.
1991년 개관한 학전은 이 전통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동시에 80년대 후반과 90년대의 다양한 대학가 문화를 반영했다. 노래를찾는사람들 출신에서 공연하는 생활인으로 이곳에서 1,000회 공연을 맞이한 김광석의 경우는 학전을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사례일 것이다. 학전에서의 공연들은 대중음악을 산업과 방송의 테두리에 가두지 않는 진중한 관점을 제시하고 실행했다. 그리고 이 관점은 추후 홍대 라이브 클럽들의 에너지와 연계되었으며 현재는 전국 각지에 흩어진 음악 살롱까지 장구히 이어지고 있다고 믿는다. 학전의 가치는 자신을 ‘뒷 것들’(백스테이지 스태프)이라 평해마지 않는, 예술의 못자리로서 학전을 운영한 김민기의 존재 때문에 가능했다. 음악가이자 연극인이라는 김민기의 두 정체성은 학전에서 온전히 육화되었다. 1999년까지는 전술한 대중음악의 진중함으로, 이후에는 뮤지컬 ‘지하철1호선’과 양질의 어린이극으로 한국 문화계에 큰 족적을 남겼다.
지난해 말 지속되는 운영난으로 학전 소극장을 더 이상 운영하지 못한다는 발표가 있고 나서 많은 음악인들이 뜻을 모아 의견을 내고 공연을 했다. 음악인들은 “우리 문화계가 학전과 김민기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했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 역시 여기에 적극 동의한다. 소위 돈 안되는 일, 예술의 못자리를 지키고자 하는 가치로 30여 년 가꿔온 농부에게 모자를 벗어 정중한 예를 표하는 마음으로 선정위원 특별상을 수상한다. 학전이 한국 문화계에 끼쳤던 전통과 영향이 지속되길 바란다.
선정위원 최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