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지노(Beenzino) '여행 Again (Feat. Cautious Clay)'
2024 올해의 노래
욕망은 결핍부터 출발한다. 결핍이 없으면 욕망도 없다. 반대로 결핍이 많거나 지속되면 욕망은 팽창한다. 팽창된 욕망을 터뜨리면 인간은 강한 해방감을 느낀다. 그 해방감을 뿜어내는 것만 같은 빈지노(Beenzino)의 "여행 Again"은 여행이라는 흔하디흔한, 그러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2020년대 초반에 현대인이 자유롭게 누릴 수 없었던 욕구 분출 행위에 대한 감정을 응집한 노래다. 밝고 느슨한 무드의 후렴과 벌스는 마치 비행기가 제주 공항과 케네디 공항의 활주로에 거의 다 착륙해 간다는 듯이 느릿하게 이어져 있다. 빈지노는 그 속에서 전에 없던 성숙과 여전히 남아 있는 약간의 치기를 바탕으로 개인의 순수를 여유롭게 담아낸다. "여행 Again"의 음악적 감흥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이어진 군 복무라는 개인적 맥락과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이어진 팬데믹이라는 세계적 맥락을 함께 염두에 두면 더욱더 커진다. 그는 첫 번째 정규작 [12]의 마지막 트랙 "We Are Going To"와 "여행 Again"을 잇기까지 8년이라는 세월을 지나야만 했다. 그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도 최소 3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자유로운 여행을 만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랜 기간 팽창해 온 여행에 대한 욕망이 응축되지 않았다면 어쩌면 엔데믹 시대의 찬가인 "여행 Again"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We Are Going To 여행 Again'이라는 많은 이가 설렐 만한 문장 또한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예술의 뛰어남과 일상의 소중함은 그렇게 결핍에서 오기 마련이다.
선정위원 김정원
아티스트빈지노(Beenzino)
음반명NOWITZKI
노래명여행 Again (Feat. Cautious Clay)
제작사BANA
유통사카카오엔터테인먼트
발매일2023.07.03
작곡가Cautious Clay
작사가빈지노(Beenzino), Cautious Cl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