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우수 록 - 음반
소음발광 [불과 빛]
유전자와 노력, 환경과 의지,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가 지나고 있는 새 계급사회에서 이 모든 걸 차치하고 철저하게 본인의 문제로 들어가 보자. 생각은 세상의 우상이 되고 싶지만 행동은 평범하다 못해 게으르기까지 한 자신의 모습을. 최대의 적은 언제나 자기 자신이다. 소음발광의 이 앨범은 그걸 깨닫는 시간과 자신에게 실망하는 시간, 그리고 그걸 토대로 새롭게 도약하는 시점을 포착한다. 그래서 한없이 나태한 자신을 탓하며 잡음 같은 인생을 절규로 한탄한다. 그러면 이 불규칙한 질주는 우리를 잡음에서 청음으로, 적어도 화이트 노이즈로 바꿀 것인가? 그 고민은 이 앨범이 될 수 있다. 이들에게 감정이입한다면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고 관심이 없다면 소음의 발광으로 들릴 것이다. 우리는 전자를 택하기로 했다.
선정위원 현지운

최우수 록 - 노래
이승윤 '역성'
최근 이 정도로 자기 확신에 가득 찬 노래가 있었던가. 더불어 이렇게까지 웅장하면서도 통렬한 저항가가 존재했던가. 오케스트라를 동반한 록 사운드가 듣는 이를 압도하는 5분여의 러닝타임 동안, 그는 굴복과 체념이 당연해진 시대에 정면으로 이를 거부하자 소리친다. 오디션 출신 가수로서 쉽게 갈 수 있는 길 대신, 음악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본인만이 던질 수 있는 메시지에 골몰했기에 가능한 결과물이다. 언뜻 보기에 그는 융통성 없고 고집스러워 보이지만, 이 정도의 오기 없이는 고착된 세상의 어떤 것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이 노래를 통해 증명하고 있다. 쉽지 않았던 자신만의 발자취를 겹쳐 완성한 거역의 목소리, 그것은 혼란의 2024년을 살아낸 우리들이 가슴에 새겨야 할 ‘음악혁명’ 그 자체였다.
선정위원 황선업

최우수 모던록 - 음반
단편선 순간들 [음악만세]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과 이어지는 ‘독립’을 들으면서 다음 같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뭐랄까. 아직 들을 곡이 여럿 남아있지만 “이 음반에 굉장한 무언가가 담겨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었다.
과연 그랬다. 민속 음악을 연상케 하는 선율과 현악기가 서로 어울리고, 충돌하고, 주술적으로 출렁이더니 갑작스러운 노이즈가 내리치듯 청각을 습격한다. 어떤 곡에서는 심지어 ECM 재즈 비슷한 음악을 들려준다. 더 놀라운 점은, 수많은 장르를 끌어들이는 와중에도 ‘과욕’이라고 느껴지는 구석이 조금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이것은 재능이다. 재능만은 아니기도 하다. 단지 재능 하나만으로는 불가능한, 부단하면서도 깊이 있는 음악적 성찰 없이는 절대적으로 도달 불가능한 성취가 바로 이 앨범 [음악만세]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편곡 작업에 참여하고 연주한 순간들의 공 역시 빼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다채로우면서도 풍성한 앨범 전체의 레이어와 호흡은 결국 멤버 모두가 함께 일궈낸 결과물일 것이니.
그 어떤 측면에서 바라봐도 '올해의'라는 수식을 받을 자격은 충분하다. 더 나아가 2024년을 넘어 한국대중음악의 역사에 아로새겨질 음반이다.
선정위원 배순탁

최우수 모던록 - 노래
이승윤 '폭포'
‘폭포’가 주는 감흥은 절정의 쾌감이다. 일명 ‘이승윤 밴드’의 빈틈없는 록 사운드, 리엄 갤러거를 연상케 하는 주인공의 담대한 발성, 프라하 메트로폴리탄 오케스트라를 대동한 웅장한 현악 반주 등 소리는 말할 것도 없다. 메신저가 전하는 뜨거운 흥취와 힘찬 도발은 그것을 듣는 이조차 천하무적으로 만든다. 특히 폭포의 하강과 분수의 상승을 대조함으로써 빚어낸 긴장감, 그것을 시원시원한 음악으로 해소한 명쾌한 접근법은 감탄을 자아낸다. 그 와중에도 대중성 있는 멜로디를 놓치지 않은 것은 이승윤이 뮤지션으로서 가진 책임감 덕이다. 사실 대중음악에서 소위 말하는 ‘대곡’을 마주하기란 쉽지 않다. 장대한 스케일과 역동적인 흐름, 철학을 방불하는 메시지 등 여러 필요조건을 한꺼번에 갖추고 두각을 보이긴 어렵다. 하지만 이승윤과 동료들은 그 난제를 기어이 풀고야 말았다. 앨범 [역성]의 상징이자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이 트랙이 명백한 증표다.
선정위원 김두완

최우수 메탈&하드코어 - 음반
미역수염 [2]
미역수염은 ‘노이즈의 우주’를 함께 경험해 보자고 말한다. ‘노이즈’라 표현한 그 소리 안에는 창대한 우주가 있고 광활한 자연이 있다. 트레몰로 주법이 전면에 등장하는 블랙 메탈, 노이즈 사이로 처연한 멜로디가 드러나는 슈게이즈, 이 둘을 결합한 이른바 ‘블랙게이즈’가 익스트림 메탈 씬의 한 영역으로 자리한 건 이미 오래전 일이다. 미역수염을 ‘굳이’ 분류하자면 블랙게이즈로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미역수염의 음악에 담긴 우주와 자연은 훨씬 다채롭고 변화무쌍하다. 블랙 메탈이기도 하고, 슈게이즈이기도 하며, 포스트 록이기도 한 이 음악들은 한데 섞이며 미역수염만의 음악이 되었다.
선정위원 김학선

최우수 랩&힙합 - 음반
비프리 (B-Free), Hukky Shibaseki [Free Hukky Shibaseki & the God Sun Symphony Group : Odyssey.1]
비프리와 허키 시바세키는 ‘음악에 삶을 담아낸다’는 얼핏 심오해 보이는 미션을 가장 본능적인 방식으로 구현한다. 비프리는 2024년을 살아가는 시민이자 노동자, 그리고 음악가로서 몸소 겪고 깨달은 생각들을 숭숭 썰어 툭툭 얹는다. 의식의 흐름에 따라 던지는 단상들 속에는 꾸밈없는 현실의 풍경과 투박하지만, 진솔한 고민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샘플링을 기반으로 한 허키 시바세키의 로우한 비트는 리듬을 밀고 당기는 비프리의 랩과 비비적대며 날것의 감각을 더욱 배가시킨다. 현실에 치이고 또 현실과 다투는 이야기들은 덤덤하게 이어지고, 마치 정제되지 않은 다큐멘터리처럼 듣는 이를 깊숙이 끌어들인다. 두 사람의 즉흥성이 빚어낸 이 거칠고 생생한 35분의 기록은 2024년 한국 힙합에서 가장 날카로운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선정위원 최용환

최우수 랩&힙합 - 노래
G-DRAGON 'POWER'
'POWER'의 가치는 지드래곤의 성공적인 컴백에 그치지 않았다. 'POWER'의 진짜 힘은 잘 만들어진 랩 곡 하나를 장르 팬들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과정을 범대중적 스케일로 확장했다는 것에 있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펑키한 비트와중독적 훅의 절묘한 조화, 지드래곤이기에 특별해진 주제와 해석의 여지가 가득한 가사, 참신한 라이밍과 플로우 설계 등곡의 구석구석을 대중이 장르적으로 집요하게 분석해 즐겼다. 최근 큰 인기를 얻은 한국힙합 노래가 뜸해진 상황에서, 'POWER'가 보여준 장르 음악의 매력은 강력하고 유효했다. 노래 한 곡이 가진 힘이다.
선정위원 남성훈

최우수 알앤비&소울 - 음반
SUMIN (수민), Slom [MINISERIES 2]
일시적일 줄 알았던 수민과 슬롬의 합작이 더욱 매끄럽고도 강한 중독성으로 이어졌다. 전작에 이어 [MINISERIES 2] 역시 ‘미니시리즈’란 이름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앨범이다. 각각의 트랙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회차의 연속으로 완성되는 한 편의 드라마처럼 앨범은 유기적 집체로 완성된다. 특히 ‘보통의 이별’이라 여기면서도 ‘왜, 왜, 왜’라며 물음을 던지고, ‘진짜 안녕’이라며 애써 묻는 앨범 전체의 흐름은 앞선 전개와 연결되며 탄탄한 기획력이 돋보이기도 한다. 이때의 담담함은 이별의 감정을 심도 있게 풀어낸다. 이것만으로도 매력적인 앨범이지만 [MINISERIES 2]의 가장 큰 가치는 정통성과 실험성의 공존에 있다. 상반된 성질이 균일한 조화를 이루기란 쉽지 않은데도, 알앤비를 기반해 애시드와 하우스 등 다양한 시도를 펼친 음악은 익숙함과 새로움을 고루 들려준다. 절묘하게 균형을 이룬 수민의 독창성과 슬롬의 섬세함은 소포모어 징크스를 파훼하는 동시, 처연하지만 찬란한 마음을 꺼내 보인다.
선정위원 이아림

최우수 알앤비&소울 - 노래
정인, 마일드 비츠 '탓'
대중과 호흡하는 것에 주력했던 정인, 언더그라운드에서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던 마일드 비츠. 서로 다른 궤적을 그리던 두 사람이 의기투합한 [정인 & 마일드 비츠]는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20년을 넘도록 한 번도 함께 작업한 적이 없는 두 사람이, 개별 작품에서 마주할 수 없었던 보컬의 부재, 그리고 장르적인 부재를 온전히 채워줬기 때문이다. 그중 최고는 앨범의 마지막 곡인 '탓'이다.
둔탁하게 떨어지는 붐뱁 비트에 [Fragment](2021)에서 들려준 거친 질감과 사이키델릭한 신스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주조한다. 마일드 비츠의 근사한 힙합 소울 프로덕션 위로 정인은 부자연스러운 소리를 얹기보단, 자신에게 들어맞는 방식으로 일관한다. 과도하게 힘을 쏟거나 불필요하게 고음에 집착하지 않는다. 오히려 힘을 빼고 말하듯 편안하고 수려한 소리 덕에, 특유의 음색이 매력적으로 강조된다. 삶을 대하고 사람들과 관계하는 방식에 대한 사색을 담은 가사 역시 퍼포먼스와 적확하게 들어맞는다.
프로듀서로서, 보컬리스트로서 각자 갖고 있던 갈증을 마일드 비츠와 정인은 완벽히 해소했다. '탓'은 2024년에 발매된 장르 음악 중 이견의 여지 없이 가장 놀라운 노래다.
선정위원 장준영

최우수 팝 - 음반
존박 [PSST!]
존박의 목소리가 세상을 만나 내는 빛은 늘 밝았다.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 9’에서 존 메이어의 ‘Gravity’를 부를 때도, ‘슈퍼스타 K2’에서 마이클 잭슨의 ‘Man in the Mirror’를 소화할 때도, 사람들은 우아하고 중후하게 미끄러지는 그의 목소리에 아낌없는 지지를 보냈다. [PSST!]는 그렇게 한 번도 빛을 잃은 적 없는 존박의 목소리가 천진난만하게 뛰어노는 커다란 놀이터다. 그의 음악적 뿌리라 할 수 있는 재즈와 소울을 바탕으로 한 노래로 문을 여는 앨범은 노스탤지어를 끝없이 자극하는 팝 R&B에서 형식, 장르적으로 도전적인 트랙을 넘어 존박의 목소리가 가진 섬세한 결을 손에 잡힐 듯 담아내는 앨범 후반 곡들까지 유려한 궤적을 그리며 흘러간다. 볕 좋은 날 깨끗한 호수에 비치는 잔물결처럼 반짝이는 마지막 트랙 ‘SILVERLINE’을 들으며 이 앨범이 그의 무려 11년 만의 정규작임을 한탄한다. 존박은 좀 더 많은 노래를 세상에 남겨야 할 의무가 있다.
선정위원 김윤하

최우수 팝 - 노래
비비(BIBI) '밤양갱'
2024년 가장 예상치 못했던 빅 히트곡. 장기하 스타일의 팝이 이렇게 비비와 찰떡같이 어울릴 거라고는 예상 못 했다. 첫 소절 "떠나느은~ 길에 니~"부터 완전히 장기하 풍. 장기하와 얼굴들의 멜로디와 맞닿아 있는 이 노래가 비비를 통해 세상에 나오니 이렇게나 매혹적인 팝으로 돌변했다. 바라는 게 너무나 많지만 뭐 하나 되는 게 없는 현대인들에게 밤양갱처럼 달콤한 순간을 선사한 마법 같은 노래. 익숙한 밤 맛이지만 양갱처럼 낯설기도 한 이 노래가 멜론차트 1위에 오른 순간은 2024년 가요계 가장 흥미로운 장면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가끔 이런 예상치 못한 히트곡이 나와 줘야 대중음악계가 더 재밌어진다.
선정위원 권석정

최우수 케이팝 - 음반
aespa [Armageddon - The 1st Album]
가상 현실, 광야에서 벗어나 다중 우주의 비밀을 열어나가는 에스파의 새로운 첫 챕터가 시작됐다. 기존 만들어진, 혹은 자신들을 제멋대로 규정하는 잣대들의 종말을 선언하듯 빛나는 초신성(Supernova)으로 나타난 그들은 점점 더 단칭판단이 어려운 오묘하고도 거대한 존재가 되었다. 그들은 다양한 평행 우주 속에 존재하며 개념화되기 어려운 아름다움과 힘을 가졌다. 한 세계가 종료되는 최후에 전쟁터(Armageddon)에 선 철의 여인들은 그 끝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나 종말이 무(無)가 아닌 새로운 차원의 우주를 발견하는 무한한 가능성의 틈을 파고든다. SMP(SM Music Performance)의 적절한 변주와 확장을 이뤄낸 그들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혀 차가운 쇠의 속성을 넘어 타오르는 듯한 모순 속 에스파만의 새로운 물성을 완성했다.
선정위원 조혜림

최우수 케이팝 - 노래
aespa 'Supernova'
창작의 영역에서 ‘독보적'이라는 것은 그 무엇과도 맞바꿀 수 없는 최고의 가치다. 그리고 에스파의 음악은 단연 독보적이다. 비장하고 컨셉추얼한 'SMP(SM 뮤직퍼포먼스)'의 음악적 유산을 계승하고 가상 세계 기반의 SMCU(SM 컬처 유니버스) 세계관을 이끌어야 하는 만큼, 에스파는 애초부터 여타 걸그룹과 결코 같을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 그리고 ‘Supernova’는 그러한 운명을 기꺼이 짊어지고 광야로 뛰쳐나온 에스파의 명쾌한 해답이다. 이지리스닝의 흐름을 뚫고 날카로운 '쇠 맛'을 선사하는 금속성 사운드의 향연은 매끄러운 터치와 폭발적인 질주를 오가며 에스파의 독보적인 색깔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2024년 케이팝 신을 가장 신선하고 강렬하게 뒤흔든 한 곡.
선정위원 최용환

최우수 일렉트로닉 - 음반
NET GALA [GALAPAGGOT]
이전까지 종합 부문을 포함해 이 상 후보에 몇 차례 올랐지만 막상 수상과 인연이 없었던 NET GALA라는 음악가의, 2024년 전후의 현재를 살아가는 한 소수자의 치열한 생과 예술적 고민이 신선하고 흥미로운 결과물로 승화한 작품이다. [GALAPAGGOT]은 빠른 템포와 날카로운 사운드 속 때와 장소를 거스른 하위문화적 장르 요소들을 파격적으로 해체하고 결합함으로써 댄스 플로어 위 소비되는 감각과 정서의 차원을 새롭게 확장했다. 앨범의 성취를 빛나게 하는 건, 단순히 소리가 혼란스럽게 흩어지는 것만으로 전자음악 신에 이미 익숙한 맥락과 방법론을, 일관되게 재구성하고 품는 정서, 지향, 에너지에 있다. NET GALA는 자극적인 실험으로 비단 자기 언어를 구축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파편처럼 흩어져 있는 지금의 클럽 신 각각의 미학과 이것이 얼기설기 그러나 끈끈하게 엮인 문화 및 공동체의 삶을 온몸으로 대변한다. 음악을 듣기 전부터 마주하게 되는 노골적인 앨범 타이틀과 과장되고 우악스러운 재킷 아트워크는, 같은 염려와 불안을 공유하는 모두를 그의 깃발 아래 끌어당기는 강렬하고도 설득력 있는 호소가 되었다.
선정위원 정병욱

최우수 일렉트로닉 - 노래
Mount XLR 'Oving'
영국 워프 레이블에서 리믹스 발매부터 황소윤과의 작업에 이르기까지, Mount XLR은 지금 한국 일렉트로닉 음악에서 가장 주목받는 프로듀서 중 한 명이다. 이번 싱글은 런던 스타일 일렉트로닉 음악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곡으로, 브레이크비트, 강력한 저음역 등 UK 장르의 여러 특징을 높은 완성도로 구현했다. 격렬한 진동이 펄펄 끓는 베이스 드랍은 특히 인상적이다.
선정위원 이대화

최우수 포크 - 음반
모허 [만화경]
어떤 음악은 다른 세계로 인도한다. 모허의 음악이 흐르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는 흐릿해진다. 존재와 소멸, 육체와 영혼을 유영하는 음악은 음악의 장르와 국경을 통합한 결과물이다. 민속음악을 더한 노래와 연주로 쌓아올린 혼돈의 쾌감과 고요. 명징하지 않아 비로소 온전해지는 풍경을 보라. 모허가 내놓은 자유롭고 사이키델릭한 포크 사운드는 오늘 한국 포크의 영역을 확장하고 계속 꿈꾸게 한다. 달라서 귀하고 아름다워 특별한 음악이다.
선정위원 서정민갑

최우수 포크 - 노래
강아솔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
강아솔이란 뮤지션이 그간 들려준 노래의 가사는 일면 철저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하는 것 같지만, 그 고백의 언어들이 선율 속에 담길 때 청자에게 ‘공감’이라는 보편성으로 귀결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누구나 살아가며 한 번쯤 느꼈던 그 감정을 그녀는 포크-팝이라는 음악적 형식에 담아 청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스트링과 피아노를 제외한다면 적은 악기 소리들과 낮은 볼륨으로 이어가는 편곡은 강아솔의 가창과 메시지를 가감없이 만나게 하는 훌륭한 선택이었다. 자신이 뮤지션으로서 가진 장점을 잘 알고 이를 더욱 성숙하게 풀어내고 있기에, 2024년의 포크 노래들 중 가장 아름다운 곡 하나가 탄생할 수 있었다.
선정위원 김성환

최우수 재즈 - 보컬 음반
남예지 [오래된 노래, 틈]
시도의 참신함과 만듦새의 완성도를 모두 잡은 수작이다. 학문적 연구를 실재의 음악 작품으로 잘 구현해냈는데, 그리하여 단순한 음반을 넘어 일종의 사료로서의 가치까지 획득했다. 한국 재즈의 역사에서 의미 있는 한 페이지로 기록될 것이다.
고려가요부터 민요, 옛 가요에 이르기까지 어찌 보면 고색창연한 노래들이 재즈라는 신식 옷을 입고 멋지게 되살아났다. 뛰어난 연주자들의 조력이 든든하지만 시종일관 노래를 끌고 가는 힘의 최대치는 역시 남예지의 가창에서 나온다. 모든 사전 정보를 내려놓고 그저 가만히 듣고만 있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인, 감상을 위한 작품으로도 손색이 없는 앨범이다.
선정위원 정일서

최우수 재즈 - 연주 음반
Jihye Lee Orchestra [Infinite Connections]
후보 안과 밖을 포함해 우리는 한국 재즈 신 최전선의 다채롭고 눈부신 성취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지난 앨범 [Daring Mind](2021)로 이미 한 차례 이 상을 수상하고, 이번 앨범으로 2024년 미국 무대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둔 지혜리의 작업이 또 하나의 대표적인 단면이다. 음악이건 재즈이건, 예술에 있어 새로운 도전만큼 의미 있는 것은 천착이다. 계속해서 현대 재즈 오케스트라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데 몰두하고, 2022년 국립극장의 여우락 페스티벌 무대에 선 이후 자신의 뿌리와 언어를 탐구하는 데 더욱 열중했던 지혜리의 노력이 실제로 [Infinite Connections]에서 빛을 발했다. 재즈 전통과 현대를 관통하는 빅밴드 사운드, 한국 전통 장단과 조국의 아픈 역사, 이국 땅에서 자기 존재를 증명 중인 개인의 정체성과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맞물린 스토리텔링 등이, 그 무대나 장르 신 너머 아직도 그의 이름이 익숙하지 못한 이들에게 기꺼이 닿는다. 대형 앙상블 사운드로 1시간 넘는 러닝타임을 이끌며, 힘과 번뜩임을 잃지 않는 구성과 편곡, 예리한 리듬감과 솔로잉의 촘촘한 연주들이 무한히 연결되는 경험을 준다.
선정위원 정병욱

최우수 글로벌 컨템퍼러리 - 음반
반도 [반도지형도]
작년 한국대중음악상 글로벌 컨템퍼러리 부문을 수상한 동이가 동아시아의 지정학적이고 음악적인 지점을 엮었다면, 반도는 ‘반도’의 지형을 축으로 한국 음악이 가진 정서의 실마리를 만진다. 첫 트랙 ‘동해’로 가장 깊은 대지를 두드리고, ‘안개’와 ‘여름 논’, 강과 산을 지나 우리가 만들어 온 ‘길’을 조망한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짐짓 커 보이는 제목 속에서 한 존재와 연결될 수 있는 친연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험해 본 듯한 리듬과 멜로디, 소리. 이것들이 한 데 모여 익숙하지만 새로운 지형도가 만들어진다. 반도는 기존하는 음악의 문양을 길어 올려 참신하게 동시대 한국 음악의 문장紋章을 만든다. 이 문장은 반도의 음악적 상징이 되기에 충분하다.
선정위원 조원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