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 MBC ‘우리들의 일밤 – 바람에 실려’
특별분야 – 공로상
이호준
작곡가, 편곡가, 프로듀서 이호준
가창과 무대 연출이 중요한 대중음악에서 작사-작곡가, 연주자, 편곡가는 뒷전으로 밀리는 게 숙명일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빌보드를 석권하는 히트곡이라도 누군가가 만들고 연주했기에 존재하고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이다. 이런 의미를 새기면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는 올해 공로상 수상자로 작곡가이자 편곡가, 그리고 뛰어난 건반 연주자인 이호준을 선정했다.
1970년대 한국 대중음악 수준을 끌어올린 연주 집단 ‘동방의 빛’을 시작으로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초기 활동을 거쳐 1980년대에는 수많은 음반에 참여한 스튜디오 뮤지션으로 명성을 쌓았다. 특히 조동진 2집과 3집에서 보여준 따뜻한 건반 연주는 자연스럽게 조동익, 김광민, 허성욱, 함춘호 등 후배 연주자들에게 전해졌고 그렇게 한국 대중음악은 진일보했다.
유사한 경력으로 198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프로듀서를 양분한 이호준과 김명곤은 후대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 서울나그네, 사랑과 평화에서 남다른 리듬감을 보여준 김명곤과 달리 이호준은 우아한 선율을 바탕으로 팝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재즈 연주도 상당한 수준이어서 그가 참여한 앨범은 상당히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작곡가로는 조용필의 ‘친구여’,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를 시작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나미의 ‘인디언 인형처럼’, 김종찬의 ‘토요일은 밤이 좋아’, 박미경의 ‘화요일에 비가 내리면’,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가 그의 작품이다. 연주와 편곡 작업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작곡으로 참여한 음반을 대부분 건반 연주와 편곡을 맡았다. 김도향, 김범룡, 박혜성, 조덕배, 손지예, 최성수, 민혜경, 임형순, 이현우 등의 앨범 크레딧에서 이호준이란 이름을 만날 수 있다. 심지어 심형래의 코믹 캐롤 음반인 [펭귄 캐럴]도 그가 편곡을 도맡았다.
대중음악은 노래, 작사-작곡, 연주, 편곡, 프로듀서 등 여러 개 톱니바퀴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야 완성된다. 완벽한 음악으로 위해 지금도 스튜디오 한쪽에서 묵묵히 연주에 매진하고 있는 스튜디오 전문 연주자와 편곡가분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향년 62세로 2012년에 세상을 떠난 이호준에게 늦었지만, 존경의 마음을 담아 공로상을 드린다.
선정위원장 김광현
특별분야 – 선정위원회 특별상
라이브클럽데이
향유자를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또 있을까. 라이브클럽데이는 그런 점에서 너무나 중요한 행사다. 라이브클럽데이는 여러 부침 속에서도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라이브’와 ‘라이브 클럽’의 지속성을 위해 애써왔다. 특히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게 공연의 즐거움을, 새로운 음악인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을 알려주며 끊임없이 음악을 이어지게 하고 있다. 10년이라는 세월을 떠올려본다. 10년 사이, 특히 팬데믹을 겪으며 소중한 라이브 클럽이 하나둘 문을 닫았다. 그 자리는 다른 업종이 대신하게 됐다. ‘홍대 앞’이 변했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많이 들려오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홍대 앞을 아직 ‘음악의 장소’라고 인식하게 해주는 건, 여전히 존재하는 라이브 클럽들과 그들이 함께 만들고 있는 라이브클럽데이 덕분이다. 존중의 마음을 담아, 쉽지 않았을 10년이라는 시간을 기리고자 한다.
선정위원 김학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