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카겔 [Machine Boy]
2024 최우수 모던록 - 음반
2024
Korean Music Awards Winner
Korean Music Awards Winner
winner최우수 모던록 - 음반
차가운 용암이다. 뜨겁도록 차갑다. 전기적 록과 전자적 팝의 이중전공, 또는 융합학부. 이 낯선 캠퍼스 위를 마음껏 뛰노는 건 익숙하되 새로운 경험이다. 리프와 리듬은 풍요롭게 굽이치고 그 푸른 잔디 위로는 벨벳의 멜로디 카펫이 팔방으로 뻗어간다. '모던록'이 모던과 록의 합성어라면, 이것은 2023년 모던록의 가장 뾰족한 마터호른일 수밖에 없다.
첫 곡 ‘Budland’에서부터 이상한 진풍경이 펼쳐진다. 흡사 본 이베어(Bon Iver)를 연상시키는, 액체 금속 로봇 T-1000처럼 흐물흐물 갈래지어 흘러내리는 보컬 하모나이저가 튀어나온다. 기타의 불길하도록 발랄한 연속 발현(撥絃), 톰톰(tom-tom) 드럼의 편집증적인 박동은 잔혹동화 속 방향 잃은 깨금발 앙감질처럼 천연덕스럽게 악곡을 몰고 가고, 마침내 분출하는 후렴은 은서(隱棲) 부족 방언인 듯 불가해한 ‘야바히바라히요’의 찬트다.
쉬이 들리나 쉽게 휘발되지 않는 선율들, 실험적 악곡에 대중성의 허브(herb)를 뿌려대는 보컬 멜로디는 시종 본작의 절경이다. 전기기타 사운드도 특기할 만하다. 이 전자적이며 유기적인 이율배반의 질감은 보컬과 함께 ‘머신 보이’라는 가상 인공 유기체를 청각적으로 조형해 낸다. 이어지는 ‘Mercurial’ ‘Realize’까지…. 록의 타격감이 팝의 유연성을 포용하고, 분출하는 기승전결의 음악적 드라마로까지 나아간다.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추상적이며 현대적인 시어, 또는 가사는 이 음악적 흐름에 의해 멱살 잡혀 ‘하드캐리’ 된다.
앞의 세 곡이 새로운 ‘팝-록’ 공식을 천명했다면 후반부를 점한 9분 21초짜리 대곡 ‘Machineboy空’은 곡 단위의 이해 기반을, 그 X축과 Y축을 과감히 옮겨 버린다. 결과는 본작이 사실 사이키델릭 록이자 프로그레시브 록이며 곧 콘셉트 앨범임을 과시하는 것이다. 중반부의 피아노 솔로는 꿈과 꿈, 또는 꿈과 현실을 잇는 기이한 현수교다. 고전 음악인 척 굴다 불협음으로 앙탈 부리며 끝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처음의 반복구로 시나브로 연결돼 버린다.
학자연하는 이뿐 아니라 문외한, 삼척동자의 이목도 단숨에 삼켜버리는 쾌작들이 있다. 르네 마그리트나 살바도르 달리의 회화처럼 말이다. [Machine Boy]가 그러하다. 본작은 인공지능 시대, 발랄한 팝의 동산에 전시된 기괴하고 아름다운 조각품이다.
선정위원 임희윤
록이 지닌 장르 간의 방대한 교감과 사운드의 다채로운 시도가 함께하는 작품이다. 여전히 남다른 감각에 실린 풍미 가득한 실리카겔 음악의 정수마저 느껴진다. 풍파를 이겨낸 밴드를 연상하게 만들 정도의 단단한 겹으로 완성된 이 음반은 EP 이상의 정규작에 가까운 결과물로 채워졌다. 9분대의 대곡 ‘Machineboy空’과 ‘Realize’는 탄탄한 연주의 결과 매혹적인 보컬, 사운드의 질감이 돋보인다. ‘머신보이’를 찾아 나선 여정을 담고 있는 이 앨범은 2024년을 빛낼 두 번째 정규작 [POWER ANDRE 99]로 귀결되고 있다.
선정위원 고종석
아티스트실리카겔
음반명Machine Boy
프로듀서실리카겔
대표곡Realize
제작사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유통사카카오엔터테인먼트
발매일2023.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