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 '부럽지가 않어'
2023 올해의 노래
나이 듦은 1월1일 타종식 같은 정기적 이벤트에서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함께 뜨거운 시절을 보냈던 존재나 어떤 공간이 사라질 때, 인생의 나이테가 두꺼워짐을 실감한다. ‘장기하와얼굴들’이 안녕을 고하고, 좋아했던 라이브클럽이 문을 닫을 때처럼. 장얼은 사라지고, ‘싸구려 커피’가 대변했다던 88만 원 세대는 몇 억짜리 주택대출보증금 이자를 내고 있을지도. 장기하는 더 이상 누군가를 대변할 필요가 없어졌다. 따지고보면 ‘싸구려 커피’로 장얼이 시대의 대변가를 자처했다기보다, 노래가 그 시대의 청춘과 너무 닮아있었다는 게 맞다. ‘부럽지가 않어’ 역시 삼십대 후반의 자신이 (힙합하는 사람들을 보고) 느끼는 이야기이며, 그만의 위트가 느껴진다는 점에서 결국 ‘싸구려 커피’와 비슷하다. 가장 사적인 주제에서 출발하지만 세대를 아우르는 보편적인 정서적 공감을 이끌어낸다. 자본과 네트워크로 흉내 낼 수 없는 고유하고, 강인한 무기다. 인류에 대한 통찰이 기반되어 있지 않으면 자칫 촌스럽거나, 오류를 범할 수 있는 주제의 가사를 비트 위에 근사하게 얹어냈다. 그럼에도 이 사람이 랩이나 노래가 아니라 대화를 하고 있다는 착각하게 만드는 힘. 그게 가능한 사람이 국내에 몇 명이나 될까? 장기하의 노래를 계속 듣고 싶은 이유다.
선정위원 이진수
아티스트장기하
음반명공중부양
노래명부럽지가 않어
제작사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유통사MO records
발매일2022.02.22
작곡가장기하
작사가장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