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진

조동진이라는 이름은 우리 안에 존재하는 양심이다. 대중음악이 겪어야만 했던 여러 탄압 속에서도, 홱홱 돌아가는 음악 비즈니스의 어지러움 속에서도 음악을 음악으로 지켜주는 마지막 보루였다. 동방의 빛 멤버로, ‘작은 배’의 작곡가로 살았던 70년대 내내 그는 자신의 앨범을 가지지 않았다. 그는 느리고 신중했으며 너무 사려 깊었다. 하지만 1979년 우연한 기회로 발표한 데뷔 앨범이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냈다. 우리가 언더그라운드라 부르는, 음악이라는 인간의 예술행위를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취해낸 80년대 음악 조류의 중요한 수원지가 되었다. 물론 그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양심 있는 음악인들이 그에게 이끌렸을 뿐이다. 조동진이 우리에게 들려준 다섯 장의 앨범들은 한 뮤지션의 끈질긴 예술적 고집이 남긴 어떤 정수라고 칭하는 것이 옳다. 그가 음악을 대하는 태도는 종교처럼 경건했다. 그래서 조동진의 영향은 지금 21세기에도 여전히 뜨겁다. 음악에 감동이 존재하는 한 그는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아니 끊임없이 새로 태어날 것이다. 이 작은 트로피로는 결코 우리의 양심을 드러낼 수 없겠지만 앞으로 벌어질 수없이 많은 조동진의 부활을 위하여 깊은 존경을 담아 그를 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