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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 [나무로 만든 노래]

2008 올해의 음반
2008
Korean Music Awards Winner
winner올해의 음반
올해의 음반으로 선정된 [나무로 만든 노래]는 말하자면, 한두명이 아니라 타선 전체가 팀을 승리로 만드는 야구단과 같다. 음악과 첫 사랑에 빠졌던 순간을 힘차게 돌아보는 첫 곡 '노래'부터, 모든 수록곡 중 가장 엔딩에 어울리는 마지막 곡 '무대'까지 각각의 트랙이 지루하지 않게 자기 색깔을 갖고 흐른다. 때로는 진솔하고 때로는 서사적이며 때로는 상징적인 노랫말은 귀에 착 달라붙고, 단촐하고 정제된 편곡 속에서 이적의 목소리가 힘차게 뿜어나온다. '다행이다' 같은 보편적이지만 깊은 울림을 가진 곡과 '자전거 바퀴만큼 큰 귀를 지니'처럼 다양한 요소들이 공존해있는 실험적인 노래들이 다채롭게 펼쳐져 있다. 어느 한 곡 허투루지 않다. 보컬리스트로서, 창작자로서, 연주자로서 일취월장하는 이적의 모습을 새삼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패닉, 카니발, 긱스, 그리고 솔로까지 이적이 걸어왔던 행보들이 모두 녹아있다. 단순한 동어반복이 아닌 잘 발효되고 숙성된 그의 음악인생을 이 한 장의 앨범으로 돌아볼 수 있는 것이다. 상당수 90년대 뮤지션들이 음악적 성장을 멈춘 채 했던 걸 계속 욹어먹는 행보에 비춰본다면, 이적은 계속 성장하고 발전하며 원숙해지는 극히 드문 사례다. 그렇기에 90년대를 통과해서 2000년대에도 유의미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디지털 음원이 주도권을 잡는 상황에서 '앨범'이라는 가치는 약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음반의 미래가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중견 가수들이 더이상 앨범을 내지 않겠다고 하는 것도 그런 전망을 부채질한다. 하지만 이적의 두번째 솔로 앨범 <나무로 만든 노래>는 그런 암울한 예측을 거부하는, 명실공히 2007년의 걸작이었다. 이 앨범은 데뷔한지 10년이 넘어가는 뮤지션에게 기대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 아니 그 이상이 담겨있다. 그렇기에 선정위원들의 압도적인 표를 얻으며 다섯번째 한국대중음악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을 거다. 작가적 자의식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는 것이다. 주류 음악계에서 이런 음반을 만난다는 건 더이상 쉬운 일이 아니다.
선정위원 김작가
아티스트이적
음반명나무로 만든 노래
제작사서울음반
발매일2007.04.19